반 고흐의 붓 자국 사이… ‘말라붙은’ 메뚜기 발견

입력 2017-11-09 10:33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올리브 트리’에서 128년 된 메뚜기가 발견됐다.

미국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박물관의 줄리안 저거제이고이셔 디렉터는 8일(현지시간) 지역신문 캔자스시티 스타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고흐는 실외 작업을 즐겼다. 바람이 불고 먼지가 날리는, 주변에 풀과 나무, 또 파리와 메뚜기가 날아다니던 환경이었을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작품에 메뚜기가 들러붙게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고흐는 프랑스 생 레미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메뚜기는 넬슨 앳킨스 박물관이 소장한 104점의 프랑스 유화를 대상으로 정밀 분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림 감정가가 그림의 붓 자국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와중에 메뚜기 사체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과 몸통 부분이 날아가고 날개 일부만 남아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감정가들은 메뚜기가 한 세기 이상 그림에 말라붙어 있었던 게 맞다고 확인했다. 곤충학자들은 메뚜기가 캔버스에 떨어지면서 물감 속에 묻혀 바로 죽은 것으로 판단했다.

고흐는 1885년 동생 테오에게 남긴 편지에서 “바깥으로 나가 자리를 잡아라, 그리고 바로 그 공간에서 그림을 그려라!” 하는 말을 남겼다. 고흐는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다. 먼지, 모래를 비롯해 수백 마리의 파리가 너에게 보내는 4개의 캔버스에 담겨 있을 거다”라고 적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