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사이렌 시끄러워”… 주민 민원에 119 '일침'

입력 2017-11-09 10:22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는 주민 민원에 경찰은 최근 인근 대학병원에 “구급차량 사이렌 취명 자제” 요청을 했다. 이에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최근 해당 공문을 공개하며 “안전불감증, 이기주의, 어찌해야 하나”라는 글을 공식 SNS 계정에 올렸다.

작성자는 “아직도 응급과 긴급을 위한 출동 사이렌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시는가 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이렌과 경광등을 끄고 출동해 달라는 민원과 신고도 자주 있나 봅니다. 내 가족이 응급한 상황이라면 소음이 아니라 고마운 소리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법률상 긴급·응급차량은 주행 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지 않으면 긴급차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행여 사이렌을 끄고 소리를 줄여 달리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119 측은 “전쟁 났을 때 총과 대포도 이왕이면 시끄럽지 않게 소리 안 나는 것으로 사용해 달라고 할 사람들이네요”라며 씁쓸해했다.

광주 동구의 한 주택가에 내걸린 현수막

불과 7개월 전인 올해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공식 SNS에 광주의 한 주택가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을 올리며 “본인의 집이 불타거나 가족이 응급한 상황이라면 소음이 아니라 고마운 소리 아닌가요?”라며 일침을 가했다.

현수막에는 “응급차량 사이렌(경적) 소음 조금만 줄여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때도 119는 “긴급과 응급차량 특히 119는 주행 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지 않으면 긴급차량으로 간주되지 않음을 참고해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올 초에는 서울 금천구 주민들이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며 소방서 설립을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금천구는 당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었다. 만약 금천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구로소방서에서 출동해야 했는데 금천구와 구로구 인구를 합치면 70만명이 넘는다. 소방훈련 결과, 신고 접수 후 구로구에서 출발한 소방차가 금천구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20분이 걸렸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월 독산2동에 소방서를 지어야 했으나 사이렌 소리, 횡단보도 이전,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거론한 주민 반대로 1년 반을 허비했다. 결국 서울시는 수차례 주민 설득 끝에 올 6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금천구 독산2동에 금천소방서를 짓는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