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바른정당… ‘탈당 러시’ 속 전대 문자투표 시작

입력 2017-11-09 09:20

의원 8명의 집단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에서 원외 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져 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광역의원 약 100명도 탈당계를 접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9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문자투표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접수된 탈당계는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홍철호·황영철 등 의원 8명, 원외위원장 50명, 기초·광역의원 48명 등이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3일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다.

바른정당 의석은 20석에서 12석으로 줄어 원내교섭단체 지위(20석 기준)를 잃었다. 현재 남아 있는 원외 당협위원장은 79명, 기초·광역의원은 80여명이다. 책임당원은 7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일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가 탈당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은 잔류 의원 간담회, 사무처 대책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국고 보조금 삭감, 정책연구위원 지원 중단 등 물리적 타격이 현실화됐고, 상임위에 간사를 둘 수 없어 의사일정 협의에서도 배제됐다.

바른정당은 의원총회에서 합의된 ‘11·13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이날부터 11일까지 3일간 선거인단 문자투표를 실시하고, 10일부터 11일까지는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투표방식은 1인 1표 2인 연기명이며 최다득표자가 당대표로 선출되고 2위부터 4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다만 4위 득표자 이내에 여성당선자자가 없을 경우에는 4위 득표자 대신 여성후보자 중 최다득표자가 최고위원에 오른다.

바른정당은 문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오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차기 당 지도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병국 의원은 8일 "어제부로 저희 지역구 위원들이 모두 탈당했다. 이게 정치 현실"이라며 "일각에서는 남은 사람끼리 똘똘 뭉치면 더 시너지가 날거라고도 하지만 각 의원마다, 원외위원장마다 지역 상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만 주장하면 과연 우리 당이 유지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올해 중순까지만해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원들이 꾸준히 증가했었는데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가 나온 뒤부터 다시 탈당하는 책임·일반 당원들이 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우리 당의 미래가 돼 줄 젊은 당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당이 흔들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통합파가 빠진 바른정당이 제대로 된 개혁보수를 이뤄주길 바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제 지역구인 중구·성동구를 합쳐 17개 동이 있는데 오늘 장충동 여성 회장이 전화를 해서 '장충동에서만 한국당 핵심당원 50명 탈당하겠다'고 했다"며 "(바른정당이) 고생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서 바른정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젊은이들이 박수친다는 얘길 들었다"며 "제가 고맙다며 눈물로 응답을 드렸다. 그동안 없었던 일이 중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모든 당원이) 함께 힘을 내자"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 11명은 간담회에서 새 지도부를 꾸린 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유의동 의원은 의원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2시간 넘게 얘기를 나눈 결과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기로 했다"며 "당연히 전당대회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이런 일은 새로운 지도부의 리서십 하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