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공의 적’이 실화로…용인 일가족 살해 방법 제안한 아내

입력 2017-11-09 04:52
사진=영화 공공의 적 스틸컷 캡처

친어머니와 이부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안방 베란다로 옮겼다. 밀가루를 뿌려 흔적을 모두 지웠다. 의붓아버지는 펜션 투자를 미끼로 유인해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변 졸음쉼터에서 살해했다. 시신은 차량 트렁크에 유기했다.

숨진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챙겨 지인들과 통화했다. 덕분에 소방대원이 위치 추적한 결과 인천공항으로 확인됐다. 실종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친어머니 이모씨의 위치추적 결과를 보고 여행 중일 거라 생각했다.

피해자의 장남이자 유력한 용의자는 수사를 교란시켜 시간을 확보한 뒤 뉴질랜드로 달아났다. 이 같은 방법을 아내와 함께 논의했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

JTBC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의 부인 장모씨가 범행 전날 밤 영화에 나온 살해 장면을 예로 들면서 남편에게 살해 방법을 제안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8일 보도했다.

지난 1일 자진 귀국한 장씨는 살인 공모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그동안 남편 김씨의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었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라’는 수사팀의 거듭된 설득에 공모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정씨는 남편과 함께 범행이 발각될 경우 모르는 일로 하라고 얘기해 그동안 입을 다물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영화 ‘공공의 적’을 떠올리며 모방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은 무능력한 비리형사가 패륜아 살인범을 쫒는 영화다. 극 중 살인범은 유산 문제로 친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범행 흔적을 감추려는 듯 밀가루를 뿌린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그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이런 내용이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은 정씨에게 존속살해 공모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장남 김씨에 대한 송환 절차를 뉴질랜드 법원과 협의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