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등 경제 이슈 언급 없어…北 인권문제 압박 수위 세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연설을 한 가운데 정치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4분 연설 중 20분 이상을 북한의 인권유린 사태 비판에 사용했다.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거론하며 인권 문제를 지적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국 내 일자리 등 경제 이슈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을 부각한 것은 미국이 앞으로 북핵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도 압박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면서 “종교적인 자유가 탄압되고 있다. 북한 영유아가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다는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상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상당히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에 '오토 웜비어 북핵제재법안'을 처리하는 등 대북정책에 있어서 인권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인권 개선 문제를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중국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탈북자들이 탈북 과정에서 중국에서도 인권 유린 사태를 많이 겪는 상황을 이번에 트럼프가 중국에 가서 충분히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에게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에 가기 앞서 국회연설을 통해 중국에게 ‘내 입장은 이러니까 중국도 더 세게 지지하라’는 의도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지금 경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동이다. 오늘 한국 국회연설은 중국을 가기 전에 자기 의사 표명을 한 것이다. 중국을 몰아치기 위한 준비단계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소기의 목적을 이뤄 국회 연설에서 발언수위를 상당히 낮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동맹 등 한미관계를 짚어보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과시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톤 다운한 이유가 아무래도 이번 방문에서 미국이 소기의 목적을 많이 이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을 치켜세우고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리면서도 군사적 옵션까지는 언급하지 않고 자제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굉장히 만족해하는 것 같고, 문재인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인 게 효과를 보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