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해 '자금성' 통째 비운 시진핑… 이례적 환대 배경은

입력 2017-11-08 16:38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대하기 위해 하루 동안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연회를 베푸는 등 극진하게 환대했다. 과거 청나라 건륭제가 서재로 쓰던 삼희당(三希堂)에서 차를 마시고, 자금성에서 경극 공연까지 마련하며 국빈급 이상의 ‘이례적 대접'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 도착해 2박3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자금성으로 이동해 삼희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와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이어 두 정상 부부는 자금성을 함께 산책한 뒤 경극을 관람하고 오후 6시부터 1시간여 동안 연회를 갖는다. 미국 대통령이 방중 첫날 일정을 과거 황제가 머물던 자금성에 모두 보낸 셈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방문 시 만리장성을 찾거나 자금성을 잠깐 들르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중국이 각별히 신경을 썼음을 엿볼 수 있다.

19차 당 대회를 통해 ‘1인 천하' 권력을 다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금성에서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연출해 미국과 동등한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19차 당 대회 후 첫 방중 외국 정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했으며, 관영 매체들은 ‘최고의 환대’를 부각시켰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환대가 매우 이례적이며, 이런 뜨거운 손님맞이는 양국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자금성 정기 휴관일인 지난 6일에는 두 정상의 동선과 연회 일정에 맞춰 예행연습이 이뤄졌다. 베이징 주요 도로는 이날 오후부터 임시통제됐다. 도심의 일부 학교는 오후 2시30분 이전에 학교를 비우라는 통지를 받았다. 일부 빌딩의 주차장 출입도 통제됐고, 물건이 떨어질 위험을 이유로 빌딩 사무실 창문을 여는 것도 금지됐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문화의 상징적인 장소인 자금성에서 만찬을 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의미 부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방문의 시기와 중국의 의전 수준, 수행 경제단과 경제협력, 양국간 전략적 소통, 미중 관계 청사진 등 4가지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신문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시기적으로 19차 당대회 개최 이후 첫 번째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으로 양국에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간 경제 협력 합의는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며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핵문제와 공동 관심사안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미중 정상이 회동에서 제시할 미중관계 청사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국빈방문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정상회담 후 양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내용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리커창 총리와 만난 뒤 저녁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 및 연회에 참석한다. 다음날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으로 떠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