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대신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시사하는 등 유화적인 목소리를 낸 것에 주목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평소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군사력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한 사실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여전히 북한과의 협상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에 나와 협상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이라고 말한 점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브리핑 받는 자리에서도 “결국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8일 한국 국회 연설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던 전날 기자회견 분위기와는 달리 국회 연설에서는 미국을 얕잡아보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비난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수잔 디마지오 뉴아메리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조건 없는 양자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즉각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다”며 “단계적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면, 미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