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트럼프도 얻었지만 우리도 기대 이상 얻어냈다" 평가

입력 2017-11-08 16: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은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마무리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과 대북 해법, ‘코리아 패싱’ 논란 등 안보 현안에서 이견을 노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1박2일 동안 큰 잡음이 없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8일 “트럼프 대통령도 얻은 게 많지만 우리도 기대 이상으로 얻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자산 확충, 미국 무기 구매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넘어갔다. 전반적으로 조율이 잘 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회담 결과에 놀랄만한 부분은 없었다”며 “우리가 크게 이익을 본 것은 아니지만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위원은 미국 무기 구매 합의를 예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무기를 많이 팔아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동안 사고 싶어도 못 샀던 미국 무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미 양국이 각론에서 이견을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관련 인식을 바꾸려는 우리 정부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며 “한·미 FTA는 이미 개정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은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용어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처음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를 끌어들인다는 함의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의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결국 군사협력 강화의 길로 가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과잉 접대’ 논란을 낳은 일본과 달리 청와대가 절제된 의전을 선보인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김현욱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 노력에 비해서는 조금 엇나가는 부분이 많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저자세인 사람에게 더 막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원칙을 지키되, 얕잡아 보이지 않도록 수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지옥’ ‘악당’ 등으로 묘사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국빈 초청한 우리 정부를 향해 격렬한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달 가까이 잠잠했던 미사일 도발을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권 문제 제기에 즉각 반박할 것”이라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까지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북한도 바로 도발하기보다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까지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