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북한을 향해 체재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변명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힘의 시대다”며 “악당 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국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한 연설에서 북한을 수차례 거론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약 3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그는 “북한 독재체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어 이곳(한국)에 왔다”며 “당신이 획득한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체제를 심각한 위협에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비무장지대(DMZ) 방문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향해 내놓으려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기상악화로 취소됐고, 이후 국회 연설을 앞두고 연설문 일부가 급히 수정됐다.
트럼프정부가 과거 미국정부와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은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고,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어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던 체제”라며 “미국의 힘, 미국의 결의를 의심하는 자들은 우리의 과거 돌아보고 더 이상 의심하지 말아야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상당부분을 북한 인권실태 비난에 할애하며 “북한은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잔혹한 독재자’라고 지칭했다.
북한 제재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하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 있는 국가는 힘을 합쳐서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하고,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공급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와 무역을 단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 포기 등 적대 행위를 멈춘다면 북미관계 개선 여지가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의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돼 있다”고 했다. 다만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가능 한 총체적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높게 평가하며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한반도 수호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전쟁으로 초토화 됐던 한국이 두 세대 만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치켜세웠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고 미래에도 그렇게 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또 “이 땅은 우리가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었던 땅”이라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잔혹이 이곳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