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모이통, 할로윈 준비물’에 쓰이는 충북 혁신학교 교육혈세

입력 2017-11-08 16:26

시골 농촌학교서 텃밭조성비로도 사용
행정감사 때 예산낭비 집중 추궁 전망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에 지급한 교육혈세가 닭 모이통과 할로윈 준비물 구매 등에 사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교육체계 정착을 위해 쓰여야 할 교육비가 학교 운영비로 전락해 예산 낭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행복씨앗학교 시행 첫해인 2015년 도내 초·중·고 21곳을 준비학교로 지정해 예산 총 2억원을 지원했다. 이 예산은 각 학교에 평균 850만원씩, 많은 학교는 1500만원씩 나눠 지급됐다.

2015년 행복씨앗 준비학교 운영비 정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단양의 한 초등학교는 계절학교 운영 명목으로 닭 물통과 닭 모이통을 구매했다. 이 학교는 또 창의인성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30만원을 들여 닭 사육장도 제작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전통행사도 아닌 할로윈 축제 준비를 위해 40만원을 들여 준비물도 구매했다.

괴산의 한 초등학교는 시골 농촌학교이면서 시설환경개선비 명목으로 50만원을 들여 야생화 화단을 조성했고, 텃밭 가꾸기에 90만원도 썼다.

이 학교는 혁신학교 운영과는 전혀 관련 없는 교무실 환경개선을 위해 25만원을, 마시는 차 구매에 39만원도 사용했다. 명목은 학교문화 조성이다.

음성의 한 중학교는 수업연구회 활동을 지원한다면서 혁신학교 예산 70만원으로 접이식 의자도 구매했고, 50만원을 들여 교사들에게 지급할 외장형 메모리도 사들였다.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 목표인 '교직원 역량강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 '학생 교육활동 지원'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예산 집행이 학생 교육 지원과 관련 있다"며 "학교 문화 개선에 사용했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큰 틀에서 학생 교육과 관련성이 있다는 이 같은 의견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학생이 중심 되는 교육활동에 예산이 집중되지 않고,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는 낭비성 여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혁신학교 예산낭비 논란은 올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도의회 한 의원은 "혁신학교 운영을 위해 지급한 교육혈세를 학교 물품비로 사용한 부분을 도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며 "정산서류도 부실하고, 집행 지침도 없는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집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pj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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