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만 있고 ‘FTA’ 없었던 트럼프 연설, 왜?

입력 2017-11-08 15: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1993년 7월 10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의 한국 국회 연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반면 당초 주요하게 언급되리라 예상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25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예정된 20분을 훌쩍 넘긴 34분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을 비교하며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한쪽 한국(남한)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과 국가를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고, 다른 한 쪽(북한)은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이란 기치 아래 자국민들을 감옥에 가뒀다”고 말했다. 

또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시 두 한국의 1인당 GDP는 거의 동일했지만 오늘날 남한 경제는 북한 대비 40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며 “북한체제는 무엇보다도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전면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가리키며 비핵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김정은)이 획득하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협에 빠트린다”며 “어두운 길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당신이 직면할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당신 할아버지(김일성)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며 “그 누구도 가선 안 되는 지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출구를 제시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종식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빛과 번영의 평화의 미래를 원한다. 이 같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전세계적인 대북제재를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핵 참화로 세계를 위협하는 체제를 관용할 수 없다.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한다”며 “어떠한 형태의 지원도 부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안보리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모든 무역 및 관계의 단절을 촉구한다”며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는 이 위험에 함께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미 FTA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그는 “지난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의 멋진 연회에서 극진히 환대해줬다”며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의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에서 생산적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취임 후 계속해서 무역수지 불균형 등을 주장하며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온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여기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등 무역 문제를 주로 다룰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일 뿐 압박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중장기 무기 구매계획과 관련해 긍정적인 대화가 오간 것이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한·미 FTA 개정 추진에 부정적인 국회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