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내 아기 손 잡기가 미안…” 아버지들 울린 사진 한 장

입력 2017-11-08 11:28 수정 2017-11-09 16:10
사진=보배드림

“아이 손을 잡는데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름때 때문에 손잡기가 미안해집니다.”

거친 일을 하는 아버지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은 뒤 남긴 말입니다. 자신의 거친 손이 아이의 여린 피부를 상하게는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담고 있습니다. 기계와 씨름하며 고단한 하루를 보낸 아버지의 애정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가슴 뭉클해지는 부녀의 손은 한 네티즌이 7일 밤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을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갓 돌이 지났을 법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렀습니다. 그는 “퇴근하면 항상 잠들어 있는 아이들 모습만 봤는데 이날은 작은 아이가 기어와 안겼다”며 “고됨을 녹여주는 아이들이 있어 내일도 힘내보려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여기저기 갈라지고 터진 손에는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딸 아이의 희고 보드라운 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데요. 투박한 손으로 딸의 손을 감싼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아이는 나중에라도 손이 이렇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라고 소망을 말 합니다. 내 손이 거칠어진 만큼 자녀의 손이 깨끗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거친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부녀의 손이 공개된 커뮤니티는 자동차 관련 게시물들이 소통되는 곳입니다. 차량 관련 종사자들의 사연이 자주 올라오는 편입니다. 기름때 묻은 손을 공개한 아버지도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요.

사진=보배드림 캡처

이 사진이 공개된 뒤 댓글에는 거친 손을 가진 아버지들의 사연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저도 일 때문에 손이 거칠어져 15개월 된 딸 아이 얼굴을 보듬어주기가 꺼려지더라구요. 혹시나 긁힐까봐. 사진 한 장에 뭉클해지네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손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입니다. 저도 오늘 딸아이 손잡고 뭉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는 네티즌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정의 사회’를 말했습니다. 사진 한 장에 우주가 담겨있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마무리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힘내십시오”였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