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35)의 아내 정모씨(32)씨가 남편의 범행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자백했다.
8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사전에 범행 계획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걸 후회한다"라고 진술했다.
정씨가 김씨의 범행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는 지난달 20일 강원 횡성군의 한 콘도에서였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전전하던 김씨 부부는 이미 지난 8월쯤부터 뉴질랜드로 이민을 상의했다.
정씨는 "김씨에게 '뉴질랜드 출국 전에 범행을 하겠다'라고 말을 듣고 범행을 말리려고 설득했지만 김씨가 이를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범행이 발각되면 몰랐다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지난 1일 뉴질랜드에서 자진 귀국할 당시 "범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고,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에는 살해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다시 한 번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달 21일 김씨가 친모(55)와 이부(異父)동생(14), 계부(57)를 살해하는데 공모한 혐의(존속살인 및 살인 공모 등)로 구속됐다.
경찰은 정씨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 부부가 미리 뉴질랜드 출국을 계획한 뒤 친모의 거액을 노려 범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뒤 친모의 계좌에서 1억1800여만원을 빼낸 뒤 10만 뉴질랜드 달러(한화 7700만원 상당)를 환전하고 지난달 23일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공항 면세점에서 명품가방과 지갑, 선글라스 등 450만원 상당의 쇼핑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사실을 모른다던 정씨가 계속된 조사에서 결국 모든 혐의를 털어놨다"라며 "정씨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오는 10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21일 용인시 처인구 한 아파트에서 친모와 이부동생을 살해하고, 같은 날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 계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모 계좌에서 1억1800여만원을 빼내 뉴질랜드로 달아난 김씨는 현지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