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의 한국 방문에 맞춰 청와대는 '한국화'를 공수했다. 7일 청와대 본관 대통령 부인 접견실에서 악수를 나누던 두 영부인 뒤로 김보희 작가의 ‘향하여’가, 방명록 책상 뒤에는 오병욱 작가의 ‘바다’가 걸렸다.
오병욱 작가는 1990년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경북 상주의 시골집으로 내려가 교실 3개짜리 폐교를 작업실 삼아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작품 ‘바다’에서는 캔버스에 물감을 붓으로 뿌리고 찍는 점묘 작업을 통해 바다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가까이에서 보면 입체감이 느껴지고, 멀리서 보면 평온하고 드넓은 바다를 연상케 한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 뒤에 걸렸던 그림은 김보희 작가의 풍경화다. 가로 280㎝, 세로 180㎝ 크기로 천 위에 채색한 ‘향하여’는 김 작가가 제주도 작업실에서 바라본 실제 풍광에 상상력을 더해 그린 작품이다. 제주 귤 나무와 소철, 동물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한국의 채색 기법을 사용하지만 캔버스를 이용하고 아크릴 등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며 독특한 화법을 구축한 작가다.
김 작가는 과거 이 작품에 대해 “어느 날 키위 나무를 살펴보다가 줄기와 이파리에 키위 열매 같은 털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며 “자라나는 줄기에서부터 앞으로 맺게 될 열매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을 보고 자연의 질서에 신비로움을 느껴 화폭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 관계자는 “청와대가 얼마 전 어느 행사라고는 밝히지 않고 한국화를 물색했다”며 “화려하고 세련된 색감의 ‘향하여’와 박무생 민화 작가의 10폭 모란도 병풍을 대여해 갔다”고 말했다. 대여료는 미술 은행과 동일하게 작품값의 0.5%로 책정됐다.
모란도 병풍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부귀영화를 기원하기 위해 국가 중요 행사 때 자주 사용됐다. 이번에 청와대 상춘재에 걸린 박 작가의 모란도 병풍은 옅은 채색으로 수채화 느낌이 나서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