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는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청와대에 뇌물로 상납한 혐의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 및 재판 방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 등도 받고 있어 앞으로 검찰에 계속 소환될 처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박근혜정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에 40여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이 ‘007가방’에 5만원권을 채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의 승인 없이는 자금 전달이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정원 돈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할 때 돈을 전달하거나 사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에게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남 전 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남 전 원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 특수활동비 상납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및 재판 방해 혐의로도 조사받을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 관계자는 “시간이 허락되면 사법방해와 관련해서도 남 전 원장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특수부와 조사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수사팀은 전날 남 전 원장의 지시를 받고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현직 검사장과 국정원 전직 간부들을 무더기 구속했다.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 서천호 당시 국정원 2차장, 고일현 국익전략실장 등 4명이 모두 구속됐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도 남아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전날 “남 전 원장이 2013년 6월 국정원 간부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2급 비밀이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하도록 지시한 뒤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혐의(국정원법상 비밀 엄수 위반)가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