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시위대를 피해 도로를 역주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결성한 ‘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인 7일 오전부터 청와대 인근 청운동효자센터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무기 강매를 요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동행동은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하면서 굴욕외교로 일관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방한 규탄집회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뒤 청와대 공식 환영식 차 서울 시내로 들어올 때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이어 삼청로 방면으로 이동해 청와대와 100m쯤 떨어진 ‘126멘션’에서 규탄발언을 쏟아냈다.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가 불응하자 ‘차벽’을 쌓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후들어 공식 환영식→한·미 정상회담→국빈 만찬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맞춰 시위대도 밤늦게까지광화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격렬한 시위는 국빈 만찬이 끝난 밤 10시쯤 절정에 달했다. 공동행동의 일부 시위대는 국빈 만찬을 마치고 숙소인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을 발견하자 흥분했다. 시위대는 차량이 지나가는 쪽 도로에 야광봉과 물병 등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그물망과 방패 등으로 시위대가 던지는 물병 등을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초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를 이용해 호텔로 이동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돌발행동으로 급히 반대편 주한 미국대사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미 대사관을 지나쳐 KT본사 건물 쪽으로 ‘역주행’하며 겨우 빠져나갔다. 이를 본 시위대 쪽에선 욕설이 터져나왔다. 집회 사회자는 “트럼프가 쥐새끼처럼 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대사관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