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7일 대형 성조기와 ‘반(反)트럼프’ 플래카드로 물결쳤다. 경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청은 현재 서울에 최고 수위 경계태세인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이 비상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한 기간인 8일까지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가거나 머무는 곳은 모두 경호구역으로 지정돼 교통이 통제되고 집회‧시위가 제한된다.
광화문광장의 경우 보행로를 따라 담장이 설치됐다. 약 10m 간격으로 경찰 병력도 배치됐다. 반트럼프, 반전(反戰), 반미(反美),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등을 구호로 집결한 220여개 시민단체 연합체 ‘NO(노)트럼프 공동행동’은 오후 1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플래카드를 걸고 집회를 시작했다.
경찰은 해산을 명령하면서 광화문광장 앞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을 20여대의 버스로 가로막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일성으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선언하고 6개월여 만에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차벽이다. 경찰의 마지막 차벽은 문 대통령 집권 전인 지난 4월 26일 경북 성주군에 설치됐다. 사드 장비가 성주로 들어간 날이었다.
다만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청와대를 ‘방어’할 목적이 아닌 25년 만에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경호’할 목적이라는 점에서 지난 정권에 설치된 차벽과는 성격상 차이가 존재한다.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차벽 설치, 통행 제한에 항의하며 경찰과 1시간가량 대치했다. 이들은 ‘No War(노 워)! 전쟁 반대’를 쓴 작은 종이부터 화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붙이고 ‘트럼프, 우린 널 원하지 않는다’고 새긴 천막까지 다양한 구호의 팻말을 흔들었다.
광화문광장의 다른 한쪽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팻말과 대형 성조기가 나부꼈다. 보행로 넓이만큼 큰 성조기 3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청와대 이동시간에 맞춰 광화문광장에 나타났다. 보수단체 회원들로 추정되는 시민들은 그 옆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수행원들의 방한을 환영했다.
김철오 기자, 사진=서영희·윤성호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