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어느 기업이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보낸 문자

입력 2017-11-08 05:00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더욱 노력하여 많은 분을 모실 수 있는 좋은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누군가는 단풍놀이를 가지만 누군가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합니다. 바로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을 맞는 취업준비생들입니다. 서류-인적성(필기)-면접 등 거쳐야할 관문이 많은 취준생들은 문자 알람소리 하나에도 깜짝 깜짝 놀랍니다.

지난 10월 한 기업이 불합격자들에게 보낸 따뜻한 문자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최근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채용 비리로 취준생들이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문자는 더욱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달 30일 오후 올해 하반기 대졸신입 공채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원자들은 이날 회사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라는 평범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불합격자들은 채용담당자에게 문자 한통을 더 받았습니다. 

“서류전형 발표 후 연락드리기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귀한 시간 내어 금호석유화학그룹에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는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연락드립니다. 불편하시다면 죄송합니다”라며 문자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 밝혔습니다.

그 뒤로 공손한 말투의 문자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먼저 “서류전형 결과 보고 드립니다. 총 4611명께서 지원해주셨고 그 중 760명이 인적성검사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라며 총 지원자 수와 서류합격자 수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총지원자 수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지 못한 채 서류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우울해하는 취준생들이 많습니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입니다. 더욱 노력하여 많은 분을 모실 수 있는 좋은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관리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며 끝까지 지원자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보였습니다.

문자를 받은 불합격자들은 “금호석유화학 떨어졌지만 회사에 대한 인식은 좋아졌다” “진짜 친절하다”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있다” “내년에 또 지원하겠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취준생을 존중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합격자에게만 개별연락을 돌리고, 불합격자에게는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금호석화의 이 문자는 취준생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 서류 합격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는 합격축하에 이어 인적성 검사의 구성과 일반 상식 시험의 출제경향, 신입사원의 연봉 등을 알려주는 세심함을 보였습니다.

또한 “한분 한분 모두 금호석유화학그룹에 소중한 분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며 시험 당일 버거킹 와퍼세트를 제공할 예정이니 다른 사정으로 응시 못하더라도 잠깐 오셔서 식사하고 가십시오”라고 안내했습니다. 

한 서류합격자는 “취업준비하느라 여러 쓰린 맛을 보는 와중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며 금호석화의 훈훈함을 취업카페에 알렸습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