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오찬장에 들어서자 한·미 양국 장병들의 휘파람과 박수가 쏟아졌다. 두 정상은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주먹을 쥐어보이며 답례했다. 이어 장병들과 함께 오찬을 하며 격려했다. 이 같은 장면은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의 험프리스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홀로 험프리스를 찾은 뒤 양 정상은 청와대에서 처음 조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의 방한인 데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해 문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문 대통령이 초청받아 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미리 평택기지로 가서 영접을 준비했다. 이어진 오찬에선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흔드는 등 화기애애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두 정상은 한국군 병사 1명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식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반갑다. 좋은 음식이다. 고맙다”고 말하며 환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아름다운 식사를 할 기회도 있었지만 나는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정말 아름다운 식사였다. 여러분들 모두 환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라고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상황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에게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는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는 한미 연합방위력의 중심”이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미8군사령부가 이곳으로 이전을 완료한 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해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한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확인하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보장을 위한 정부의 기여를 확인할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험프리스 방문은 청와대가 미국에 먼저 제안한 것이다. 최근 보수진영에서 불거졌던 한·미 동맹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한미군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추진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 상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고려했지만 우리 정부의 제안대로 험프리스를 방문키로 결정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평택기지 방문은 규모에서 세계 최대이자 시설배치 등에서도 최고 수준의 해외 미군기지로 건설되는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의 차질없는 진행을 점검하고 단단한 동맹과 철통 같은 공조 체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후 험프리스 내 미8군사령부로 이동해 한·미 양국 군의 안보 브리핑을 받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군사 동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등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용산 기지로 이동했고, 문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 준비를 위해 청와대로 돌아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