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헬기 타고 평택기지 둘러봐… 공식일정 다소 지연

입력 2017-11-07 14: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국빈 방한 첫 일정으로 찾은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기지 전체를 둘러봤다. 청와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기지를 헬기로 둘러보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며 "청와대 공식환영식 등 이후 일정이 순차적으로 다소 지연될 듯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쯤 평택기지에 도착했다. 도열한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바로 기지 내 식당으로 이동해 기다리고 있던 미군 병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여기서 '깜짝 환영'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함께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전용헬기로 낮 12시54분쯤 평택기지에 도착해 있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한·미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한·미 장병들 특히 미군 장병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울 때 피흘린 진정한 친구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여러분은 우리 한·미 동맹의 아주 든든한 초석이고 한·미 동맹의 미래입니다. 함께 우리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갑시다"라고 했다. 오찬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공식환영식과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기지에 남아 한·미 양국 군으로부터 정세 브리핑을 들은 뒤 청와대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기지를 직접 헬기로 둘러보는 상황이 벌어져 분 단위로 치밀하게 짜여 있던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해외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이 곳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헬기로 기지를 둘러보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매티스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여의도 면적의 5.5배 크기인 1467만7000㎡(444만여평) 규모의 첨단기지다. 미8군을 비롯해 미 2사단, 제2항공전투여단 본부, 특수작전 부대 등 주한미군 대부분의 전력이 집중돼 있으며 훈련장, 주한미군 아파트, 학교와 의료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기지 이름은 1961년 작전 도중 헬기 사고로 사망한 미 육군 장료 벤저민 K. 험프리 준위의 이름에서 따왔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한 캠프 험프리스의 완공률은 95%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미군 입주가 시작됐고 내년에는 3만8000명, 2019년에는 미군 가족과 군무원 등을 포함해 4만200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올해 말까지 부지 이전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기존 용산기지의 최소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군을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캠프 험프리스 기지 조성 비용 17조1000억원 중 8조9000억원을 부담한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먼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평택기지는 최근에 지어진 현대 시설이고 세계 어디에 있는 미군 기지 중에서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주한미군이 평택기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봤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첫 일정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선택한 것은 한·미 동맹의 굳걷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의 방위비 기여도를 강조하기 위한 뜻이 담겨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