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공무원, 취업해도 불안, 기부 무관심… 삭막해진 한국사회

입력 2017-11-07 13:18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는 한층 더 삭막해진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젊은 한국인이 품고 있는 ‘꿈’은 더 이상 진취적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운 것이었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희망보다 불안으로 채워져 있었다. 수치로는 분명히 과거보다 늘어난 소득을 갖고 있지만 기부는 도리어 크게 하락했다.

사회조사는 사회지표 체계 가운데 매년 5개 부문을 선정해 2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복지, 사회참여, 문화·여가, 소득·소비, 노동 분야의 조사가 이뤄졌다. 내년에는 보건, 교육, 안전, 가족, 환경 분야를 조사한다. 이번 조사는 전국 2만5704 표본가구에 상주하는 13세 이상 가구원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실시됐다.

◇ 꿈… 중·고생은 ‘공무원’, 대학생은 ‘공기업’

13~29세 청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이었다. 25.4%로 가장 많았다. 공기업(19.9%)과 대기업(15.15)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유수의 기업도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공무원보다 10%포인트나 선호도가 떨어졌다. 그만큼 미래의 직업을 생각할 때 ‘안정’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교 재학 이상인 경우는 공기업이 24.9%로 가장 높았고, 국가기관(23.7%), 대기업(14.6%), 외국계기업(8.7%), 자영업(7.8%), 전문직기업(7.3%) 순이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국가기관이 27.2%로 가장 높았고, 대기업(18.7%), 공기업(15.3%), 전문직기업(9.6%), 외국계기업(7.1%), 자영업(7.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취업자 가운데 실직 또는 이직 상황에 놓일까 불안해하는 비율은 60.4%나 됐다. 경제가 침체를 겪던 2년 전과 비슷하게 높은 수치였다.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육아부담(45.9%)과 사회적 편견(23.4%)이 꼽혔다.

취업자 100명 가운데 43명은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우선시한 비율(43.1%)과 일만큼 가정도 중시하는 비율(42.9%)이 엇비슷했다. 2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10.6%포인트나 감소했고, 일·가정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8.5%포인트 늘었다.

가정생활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13.9%로 2015년 조사 때(11.9%)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 “내 소득에 만족” 13% 불과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소득이 있는 19세 이상 인구 중 46.0%는 자신의 소득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13.2%가 '매우 불만족'하다고 했고, 32.8%는 '약간 불만족'을 택했다. 40.7%는 자신의 소득 수준에 대해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13.3%에 그쳤다. '약간 만족'이 11.5%로 나타났고, '매우 만족'은 1.8%였다. 10명 중 1~2명만 소득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보다는 만족도가 개선된 모습이다.

2015년 조사와 비교하면 '만족' 응답 비율은 1.9%포인트(11.4%→13.3%) 올랐고, '불만족' 응답 비율은 0.3%포인트(46.3%→46.0%) 하락했다. 다만, '보통' 응답 비율이 1.6%포인트(42.3%→40.7%) 낮아졌고, '매우 불만족' 응답률은 0.6%포인트(12.6%→13.2%) 높아졌다.

연령별로 고령자의 소득 만족도가 크게 낮았다. 60세 이상은 '만족' 응답 비율이 9.2%로 전체 평균을 4.1%나 밑돌았다. 소득 수준에 만족을 느끼는 비율이 열에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절반을 넘는 52.7%는 '불만족'이라고 응답했고,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38.2%에 그쳤다.

연령대 중 가장 만족 수준이 높은 것은 40대로 만족이 16.8%, 보통이 42.0%, 불만족이 41.2%로 집계됐다.

내년 재정 상태와 관련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5%로 2년 전에 비해 3.7%포인트 높아졌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0%로 2.6%포인트 낮아졌고,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6.1%로 1.2%포인트 하락했다.


◇ 크게 위축된 기부 문화… 원인은 '무관심'

기부 문화는 크게 위축돼 있었다. 기부 경험률이 6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지난 1년간 기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7%로 집계됐다. 2011년에는 이 수치가 36.4%에 달했다. 2013년 34.6%, 2015년 29.9% 등으로 빠르게 하락해 6년 만에 9.7%포인트나 줄었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7.3%)'가 가장 많았고,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23.2%)'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8.9%)' 등이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기부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은 6.2%포인트 줄었으나,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8.0%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는 비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3년에는 48.4%가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2015년 45.2%로 하락했고, 2017년에는 41.2%까지 떨어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