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에 靑 앞길 '검문검색' 부활… 100m 앞까지 행진 가능

입력 2017-11-07 12: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년 만에 국빈 방한하면서 청와대 주변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민간에 전면 개방됐던 청와대 앞길에는 135일 만에 검문검색이 부활했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더라도 청와대 앞 100m까지는 집회와 행진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서울경찰 '갑호 비상령'


7일 청와대 인근 도로 입구마다 경찰의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편도 2차로의 1개 차로를 할애해 시멘트 방호벽이 설치됐다. 교통안내 초소로 대체됐던 5개 검문소도 부활했다. '낮은 경호'를 표방하며 50년 만에 청와대 앞길을 전면 개방했던 지난 6월 26일 이후 135일 만에 보는 풍경이다.

정복과 사복을 갖춰입은 경찰은 주변을 지나는 모든 차량을 세우고 신분과 통행목적 등을 확인했다. 합리적 사유가 아니면 통행자제를 요청했고, 차를 돌리는 사례도 이어졌다. 기존 검문 검색시 방문 목적 등을 확인하던 절차와 비교해 한층 삼엄해 졌다.

경찰청·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7~8일 간 서울 일부 지역의 테러경보가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됐다. 테러경보는 관심(1단계)·주의(2단계)·경계(3단계)·심각(4단계) 등으로 이뤄진다. 서울경찰청은 '갑호 비상', 경기남·북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은 각각 '경계강화'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갑호비상은 경찰 가용인력 100%를 동원할 수 있는 단계다. 경찰관 연가 사용 등이 중지되며 상시 경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지구대와 파출소장을 포함한 지휘관 및 참모는 사무실 또는 상황과 관련된 현장에서 근무 태세를 유지하도록 규정 돼 있다.


◇ "외국 정상 방한, 집회금지 사유 안 돼"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는 청와대 100m 앞까지 집회 및 행진이 가능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6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이 서울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외국 원수 경호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집회로 인해 어떠한 도로 통행 장애가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되,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상 위험을 이유로 들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원수에 대한 경호를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경호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줘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경호상의 위험은 출입통제 등 안전 관리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회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처분으로 평통사 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평통사 등은 경찰에 청와대로부터 100여m 떨어진 지점인 ▲효자치안센터 ▲사랑채 동쪽 인도 ▲126멘션 등과 미국대사관 인근 세종로소공원 앞 인도 등에 집회 및 행진을 신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만큼 교통이 혼잡해지고 경호상 위험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를 금지했다. 이에 평통사 등은 경찰의 처분에 반발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