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백남기 사망 당시 CCTV 검증 필요"… 혐의 부인

입력 2017-11-07 13:54 수정 2017-11-07 13:59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백남기 사망'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故) 백남기 '물대포 사망' 사건으로 법정에 선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7일 구 전 청장,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 신모 총경 등 4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 공소사실, 쟁점 등을 정리하고 증거 및 증인신청 등 향후 재판 일정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절차로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하지만 구 전 청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압수한 영상이 (시위 상황) 전체가 아니다. 전체 중에서 이 부분(백씨 사고 지점) 말고 다른 격렬한 상황도 있었다"며 "전체 영상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전 청장이 시위 관리 총괄책임자로 돼 있었기 때문에 사고 순간 상황이 더 위급한 다른 곳을 신경 써야 했다면 백씨 사고에 대해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자 검찰은 "당시 세종대로 쪽 전체 영상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면서 "사고 인지를 못했기 때문에 주의의무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라며 반박했다.

사진=뉴시스

구 전 청장 측은 이날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 내부 폐쇄회로(CC) TV 검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살수차 요원들이 그 장면에서 과연 백씨를 볼 수 있었느냐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오히려 말씀 잘하셨다"며 "해상도가 낮아서 잘 못 보는 상황이었으면 책임자, 감독자들이 그 상황을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쟁점과 관련해 객관적 사실 파악이 가능한 영상 등에 대해선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겠다. 필요한 범위 내에선 심리 시간에 한계는 없다"며 "하지만 필요 없는 부분의 증거능력을 가지고 오래 끌지는 말아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은 지난달 17일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살수요원 최모 경장, 한모 경장도 살수차 점검소홀 및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직사살수)했다고 보고 역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같은 날 불구속기소했다.

경찰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가슴 윗부분은 직사가 금지돼 있다.

최 경장은 해당 살수차의 조이스틱 및 수압제어장치 고장을 숨긴 안전검사 결과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시위 진압 총괄지휘관은 구 전 청장, 현장지휘관은 신 총경이었다.

한편 구 전 청장은 지난달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인 2014년 금융다단계업체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이 회사 투자사기 사건 담당을 특정 경찰관으로 교체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