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대기업 '인성검사'도 사교육…학원가면 효과 있나?

입력 2017-11-07 10:16 수정 2017-11-07 10:39



대기업 ‘인성검사’ 사교육…학원가면 효과 있나요?

 ‘아니, 어떻게 시험으로 내 인성을 판단한다는 거지?’
많은 취준생이 대기업 입사시험에 포함된 인성검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인성을 계량화하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는 거죠. 

일단 제가 직접 삼성그룹 모의인성검사를 봤습니다. 참혹하게도 저의 삼성인재등급은 ‘위험’ 수준. 반삼성기업관이 99% 수준이라는군요. 삼성이 저한테 인성이 아주 나쁜 비도덕적인 사람이랍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성평가가 인성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며 저를 위로합니다. 심리평가연구소 어세스타 김명준 대표는 “인성검사라고 하는 것은 심리학에서 '성격검사라'고 부르는데 취업시장에서 인성검사라고 통칭을 해버린 것” 이라며 “도덕성이나 인품의 수준보다는 사람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마인드라든지 이런 것을 보고자 하는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성이 아니라 사회성검사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사교육 통한 가짜 응답, 면접에서 들통나


요즘 대기업 인성검사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취준생들도 많다던데 김 대표는 “하하하하. 족집게 과외처럼 정답 찾듯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취준생이 불안하니까 사교육에서 현혹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케팅·영업직은 외향적인 척 답하고 연구직·생산직은 내향적인 척 답하란 세간의 비법은 효과가 있을까요? 김 대표는 “역효과가 납니다. (인성검사는) 자기 성격에 대해서 솔직하게 응답을 안 할 수 있다고 고려해서 만들거든요. 정답처럼 보이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것들이 오히려 점수를 깎아먹는 것들이 된다. 인성검사는 문항을 보면 이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사실 취준생들이 알기가 어려워요.”라면서 “인성검사에서 자꾸 조작적으로 응답을 하면 면접에서 또 불이익이 될 수 있어요” 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성검사만으로 대기업 1~5% 탈락해

실제로 대기업에서 인성검사 결과로 지원자를 떨어뜨리기도 할까요?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전체 지원자 중 인성검사만으로 1~5% 정도 탈락합니다. 반사회성이나 책임감 결여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경우에 조직생활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인성검사가 진짜 사회성 검사만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기출 문항을 토대로 만들어진 삼성 모의인성검사에는 

“기업에 노조가 필요한가?” 
“시민단체가 필요한가?” 
“조직의 부당한 일을 외부에 알릴 수 있나” 
“대기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나”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하나” 

등 일종의 ‘사상검증’식 질문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헌법에 따라 기업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어쩌면 이게 삼성인재등급 ‘위험’을 받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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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