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창훈 검사, 유서도 메모도 안남겨… 심적 부담 탓 추정"

입력 2017-11-07 10:02
6일 오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한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장실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한 변창훈(48·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 검사가 유서나 메모 등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사망했다고 경찰이 7일 밝혔다. 휴대전화에서도 심경 등을 드러낸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 극심한 심적 부담 때문에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유족을 대표해 변호사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한 결과 유서가 발견된 것은 없고, 변 검사 스마트폰에도 특별히 심경을 비관한 흔적이 들어 있지 않았다"며 "가족이나 친구, 변호사에게 특별히 남긴 말이 없다"고 밝혔다. 또 "유족도 자살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변창훈 검사는 6일 오후 1시쯤 아내, 친구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후 2시30분쯤 화장실에 간다며 사무실에서 나갔는데 5분 정도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변호사가 화장실로 찾아갔고, 이미 투신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도 극심한 심적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 검사는 이명박(MB)정부 시절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수사방해 수사 관련 두 번째 사망자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현안 TF’의 구성원이었다. 그는 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돼 감찰실장이던 장호중(50)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파견검사 이제영(43) 대전고검 검사 등과 함께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 등을 비치한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든 혐의를 받았다. 심리전단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혐의도 있다.

법조계에선 변 검사가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영장심사를 앞두고 극도로 심리가 불안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 엘리트 검사에서 불명예 사건 혐의자로 추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 수도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변 검사는 울산지검과 수원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등 공안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정원 수사팀에도 근무 연이 있는 후배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57) 서울중앙지검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앞서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도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검사는 정 변호사가 숨지기 전 그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고인 및 유족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이날 빈소를 방문해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숨진 변 검사와 스스로 심사를 포기한 장 검사장을 제외하고 이 검사와 서천호(56) 전 국정원 2차장, 고일현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 3명을 상대로 열렸다. 영장심사를 포기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을 포함해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7일 오전 "(이들에 대한) 범죄혐의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 있다"며 전원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