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입력 2017-11-07 08:54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띄웠다. 박 시장은 북핵 위협으로 북·미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과 관련해 “전쟁의 메시지 대신 평화의 메시지를 심어주고 가 달라”고 당부했다.

스리랑카와 인도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 환영합니다.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70대 노인의 사연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노인은 최근 북·미 갈등이 고조되자 전쟁이 날까 걱정돼 은행에 넣어둔 1000만원을 찾았다. 하지만 긴장한 마음에 돈뭉치를 길에 떨어뜨렸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돈을 주워갔다. 박 시장은 “이 70대 남성은 한국전쟁 때 피난수도였던 부산에 살고 있다”며 “그리고 67년 전 일어난 전쟁을 경험했고, 기억하며 살아왔다”고 썼다.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우리 국민들에게 남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박 시장은 전쟁이 지난 후 한국의 구성원들이 겪어온 시간을 설명했다. 그는 “5000만 대한민국 시민들은 전후 반세기 동안 불안의 시간을 축적하며 살아왔다”며 “동시에 우리 시민들은 평화와 일상을 지키려는 노력들을 매순간 쌓아왔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속에서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울은 북한의 평양과 겨우 2시간 거리에 있다. 서울은 휴전선과 겨우 40㎞ 떨어진 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서울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일터에 간다.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가 들리는 순간에도 아이가 태어나고, 사랑하는 남녀는 결혼을 하고, 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한다”며 “1000만 서울시민 모두가 용기를 내어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가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왔다. 우리 서울시민은 평화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당부했다. 박 시장은 “이제 서울은 전쟁의 도시가 아니라 평화의 도시”라며 “지난 67년간의 평화는 수많은 시민들이 매순간 쌓아올린 용기와 성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5만 미군의 생명을 바쳐 얻은 평화이고, 180만 세계시민과의 연대로 만들어진 평화”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라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며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동맹의 강화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메시지 대신에 평화의 메시지를 심어주고 가달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