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6일 청와대를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간 날선 공방전이 오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감 진행에 앞서 자료 확인용 노트북에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부착한 것을 발단으로 여야 간 공방이 오간 탓에 2시간 가까이 주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어 조국 민정수석 불출석,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한 야당의 색깔론 비난, '흥진호 나포' 공방 등이 주요 정잼으로 두드러졌다.
◇조국 민정수석 불출석 놓고 여야 공방 격화
조 수석은 이날 오전 국감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 수석들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청와대에서 신속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는 불출석 답변서가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조 수석의 국감 불출석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지난번 여야 4당 원내수석이 기관증인 신청할 때 당연히 (조 수석이 명단에) 들어있었고 여당도 문제제기가 없었다. 합의된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바른정당 탈당 및 한국당 입당을 선언한 정양석 의원도 "저희들은 통상 관례를 모르는 바가 아닌데 여당 수석으로부터 관례상 민정수석 불참을 양해해달라는 사전이야기도 없고 당일 출석으로 알았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문재인 정부 낙마 장관이 7명이다"며 "조 수석이 국정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한다고 했는데 운영위 국감장에 나와서 대응해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8년 간 민정수석은 개인적 비리 외에 (국감에) 나오지 않는 것이 암묵적으로 인정된 관행"이라며 "이 관행이 무조건 잘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야권은 또 문재인 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인사의 편파성 불공정성에 대해 지적하려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 인사는 캠코더 인사다. 일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내부로부터의 비판과 견제없이는 조직이 잘 될 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현재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되는지, 맨 마지막 후보자인 홍종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나올 정도로 검증을 제대로 한건가"라며 "자질과 적격자인지도 제대로 검증 하지 않아 여야 간 불필요한 논쟁과 경색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대협' 색깔론 등장에 불쾌함 표한 임종석 비서실장
이날 국감에서는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임 실장을 향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언급하며 색깔론을 제기하자 수차례 파행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했다.
전 의원은 임 실장이 의장을 맡았던 전대협을 거론하며 "전대협 강령과 회칙을 보면 진보적 민주주의를 밝히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판결의 주요 이유였다"며 "이것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다.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같은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전 의원의 질의에 "그게 질의인가. 매우 유감이다"라며 "충분히 국회를 존중하고 저도 최선을 다해 인내하며 답변해왔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나. 국민의 대표답지 않게 질의하니까 그렇다"고 격분했다. 임 실장은 야당 의원의 '청와대 인사 이중인격자' 발언에 또 한번 격분했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임 실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많은 비서진과 내각은 서민이나 민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돌이켜봐라, 재산 상황이나 행태를 보면 다 이중인격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임 실장은 이에 불쾌감을 표했고 여당 의원들이 나서면서 국감장에 고성과 질책이 오가기도 했다.
◇野 '흥진호 나포는 안보·인사구멍' 집중공세
한국당 의원들은 '391 흥진호'와 관련한 나포 사건에 대한 공세도 펼쳤다.
이은권 의원은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된 지 일주일이 돼서도 정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며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 사태 책임은 물론 진상조사까지도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에 사과할 용의는 없나"라고 물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는 여야와 정권을 넘어서 국가의 최고의 가치이자 책무임에도 흥진호 사태를 보며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야말로 국민이 포로로 강제로 잡힌건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위에서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선동 의원은 "흥진호가 나포됐다가 귀환한 지 10일이 넘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나 관계부처의 설명이 없다"며 "위치보고 없이 추적할 수 없다고 했는데 간첩선이 와도 추적이 안 된다는 것인가. 정부가 반성하고 반드시 대책이 마련돼야한다. 해명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임 실장은 "어떤 이유였던 국민이 정부 보호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 與 '청와대 지키기' 철벽방어로 대응
공세가 이어질 때마다 여당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세에 재반박하는 지적과 질의를 통해 청와대 인사들의 소명 또는 설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조승래 의원은 "6개월 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것은 소통과 경제적 성과라고 본다"며 "국민에게 좋은 평가 받고 있고 이렇게 완벽한 정부는 없었다"고 자평했다.
강훈식 의원은 "5대 인사원칙과 관련해서 대통령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라 했는데 어느 정도 안이 만들어졌냐"고 질의하며 해당 인사시스템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김경수 의원은 흥진호 나포 사건과 관련해 "정부 측에 나포된 이후 사실도 확인을 못 하고 무능하게 무엇을 했느냐는 문제 제기는 적절치 못하다"며 "오히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흥진호 나포 사건은 여러 제도적 미비점이 얽혀있는 것이 보였다"며 "어선 위치 미신고가 관행인 양 돼 왔고, 실제 통신 두절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그런건지 등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국정감사를 시작해 1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여당 의원 사이에서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두고 야당 의원의 질의 의욕이 도가 넘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임 실장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내일 정상회담 관련해서 가급적이면 일찍 (끝내는)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맞불 공세를 놓으며 질의를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도 운영위가 오후 10시30분이면 전에 끝났는데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늦은 시간까지도 질의를 더 하겠다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다"며 답답해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