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차에 다리 부러진 팔순 할머니 "손주 밥 줘야한다" 집으로...

입력 2017-11-06 17:34
팔순 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손자의 아침밥을 차리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300여m를 걸어서 귀가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15시간 뒤쯤 붙잡혔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최모(6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48분쯤 군산시 개정면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문모(80·여)씨를 치어 다리에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문씨는 보행보조기를 한 채 아들(55)과 함께 새벽예배를 마치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었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문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가해 차량은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아들은 다친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문씨는 중학생 손자(14)가 곧 학교에 가는데 "아침 밥을 해줘야 한다"며 300여m를 걸어서 귀가했다. 

 문씨는 손자가 등교하고 나서야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발가락과 발목 등이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사고 현장과 주변 도로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 이날 오후 8시쯤 차량 운전자 최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낚시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안개가 많이 끼어서 사람을 친 줄은 몰랐다. 나중에 차가 부서진 사실을 알고 카센터에서 수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