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성폭행 사건’에 이어 현대카드에서도 직장내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고발 글이 등장했다.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후 수치심과 괴로움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관리자로부터 번번이 거절 당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카드 위촉계약사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최근 한샘 성폭행 사건을 보고 용기 내어 글을 쓴다”며 성폭행 사건 피해를 호소했다. 한샘 사건 역시 피해자가 네이트판에 올린 글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현대카드에 입사했다. 사건은 입사 한 달이 지난 지난 5월 회식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팀장 B씨, 동료 C씨와 함께 집 근처로 이동했다. 회식에서 ‘A씨 집에서 한 잔 더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결국 A씨를 포함해 세 사람만 남게 됐다.
남성 두 명과 남겨진 A씨는 무서운 마음에 홀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B씨와 C씨는 5월 초에 있었던 집들이로 A씨의 집 위치를 알고 있었다.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두 사람에게 A씨는 문을 열어줬고, A씨의 집에서 술자리가 이어졌다.
이미 주량을 초과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 옆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A씨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토할 것 같았다”며 “무슨 정신으로 화장실에 다녀온 건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침대에 누웠다”고 전했다. A씨는 당연히 B씨와 C씨가 집에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의 침대에 함께 누워 있었고, C씨는 불을 끄고 나간 것으로 나중에 파악됐다.
A씨는 누군가 몸을 만지고 성관계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남자친구라고 여겼을 뿐 B씨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지지 못하게 하고 싶었으나 눈 뜰 기력조차 없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침에 정신을 차리니 그 사람이 누군지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었는데 B씨는 태연하게 일어나 볼을 꼬집으며 출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충격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A씨는 그날 저녁 회사 동료의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B와 C를 만났다. C씨는 ‘일부러 불을 끄고 갔다’며 아무렇지 않게 야한 농담을 주고 받았고, 이 모습을 본 A씨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했다.
팀장인 B씨를 매일 회사에서 마주쳐야했던 A씨는 며칠 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회사의 안일한 태도였다. 관리자인 센터장은 “돈 필요할 텐데 여기 그만두면 다른 직장 구할 수 있겠냐”며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같은 반응이었다.
A씨는 “저는 공황장애와 대인기피,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시도도 몇 번 했다. 그러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6월 중순경 여성가족부 성범죄상담센터로 상담을 청했다”며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경찰에 제 사건을 말씀드렸고 B씨와 통화해 증거 녹음 후 인지수사를 시작했다. 3개월이 걸렸다. 현재 경찰조사는 끝났고 검찰조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이어 “경찰조사를 청했던 시점, 피가 마르고 죽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그런데 회사는 퇴사하겠다고 하면 거부하고, 인사이동을 요청해도 ‘남녀 사이의 일이다’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라’며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9월 본사에도 사건을 알렸지만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니 조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대로 조치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퇴사 조치를 해주지 않아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며 “B씨는 여전히 일 잘하고 돈 많이 벌고 밑에 직원들 교육활동도 하고 있다. 참 불공평한 대우 아닌가. 피해자는 2차, 3차 피해를 겪고 있는데”라고 적었다.
이에 현대카드 측은 성폭행이 아닌 개인 간의 ‘애정행각’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6일 “둘 사이의 사적인 애정행각 문제로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났고, 오히려 A씨가 무고죄로 역(逆)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