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정말 꿈같은 한 해를 보냈는데 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 주인공은 단연 양현종(KIA 타이거즈)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라 프로야구 36년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했다. 소감대로 올 한해 양현종의 꿈은 현실이 됐고 ‘통합 MVP’라는 꿈같은 기록의 금자탑을 쌓았다. 신인상은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수상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올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에 대한 수상이 있었다. 정규시즌 종료 직후 실시된 취재기자 대상 투표에 총 107명의 투표인단이 참여했다. 선정 방식은 점수제로 MVP의 경우 1위부터 5위(1위 8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 신인상은 1위부터 3위(1위 5점, 2위 3점, 3위 1점)까지 점수에 차등을 둔 투표를 진행했다. 개인별 합산 점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선수가 수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양현종은 856점 만점에 656점을 획득,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홈런왕 최정(SK 와이번스)이 294점으로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양현종과 함께 32년 만의 동반 20승 투수가 된 헥터 노에시(KIA)는 208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193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거뒀다.
수상 직후 양현종은 “정말 마지막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함께 고생하신 부모님과 애들 키우느라 힘들어한 아내에게 고맙다. 멋진 아들 멋진 남편 멋진 아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1남 1녀를 슬하에 둔 것으로 알려진 양현종은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내에게 감사함을 표할 때 울먹거렸다. 시상식장을 찾은 야구팬들이 “울지마! 울지마!”를 연호할 정도였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때 내걸었던 우승 공약에 대해서 양현종은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디어데이 당시 양현종은 KIA가 우승할 경우 "11명과 함께 걸그룹 댄스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에 대해 이날 양현종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11명은 너무 많은 것 같다"면서 "(최)형우형을 섭외하고 싶었지만 연령대가 있어서 힘들 것 같다. 우리 팀 투수들이 준비 중"이라고 밝혀 시상식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양현종은 팬들에게 KIA 잔류 의지를 전했다. “자신 있게 팬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겠다는 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상상도 했지만 어울리지도 않을 거 같다. 내년에도 우승을 위해서 KIA에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양현종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1년 총액 22억5000만원의 계약을 KIA와 맺었다.
신인왕은 이변 없이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인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에게 돌아갔다. 이정후는 535점 만점에 503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 신인왕의 기쁨을 누렸다. 투표인단 전원에게 5점을 받는 만장일치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패했다. 김원중(141점·롯데 자이언츠)과 정현(113점·kt 위즈)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정후는 올해 고졸 신인 최초 전 경기(144경기) 출장 기록을 비롯, 역대 신인 최다 안타(179안타) 및 최다 득점(111득점)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정후의 플레이가 곧 새로운 기록이 됐다.
수상 직후 이정후는 "장정석 넥센 감독께서 많이 부족한 제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팀 코칭스태프들도 칭찬과 격려를 항상 해주시고 다독여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정후가 소감을 밝힐 때 모친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현장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 추억의 ⅔는 엄마와 있어 엄마한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며 "힘든 뒷바라지 지금까지 참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뜻함을 드러냈다.
이어 “(아버지도 받지 못했던 신인왕을 받아) 뿌듯하게 생각한다. 신인왕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시즌 더 준비 잘해서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