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자신을 향한 당내 비판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뒤 “이런 비정상 언급들 속에는 늘 전가의 보도처럼 ‘호남민심’이 동원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호남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작심 발언으로, 안 대표와 호남중진들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6일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데 대해 당내 비판이 일자 페이스북에 “정치적 공격은 두렵지 않지만 짚을 것은 짚고자 한다. 이번 행위는 정상적 문제제기의 범위를 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당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바이버 메신저방에 “지금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정치적 복수’ 발언에 대해 “저는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청산이라는 정치 기술을 배척하는 것”이라며 “적폐청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부 운영능력의 부족을 덮는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방문 중 “복수하려고 정권 잡느냐”며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며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0여억원을 상납 받은 정황,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댓글부대’ 운영 정황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시점에서 나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더군다나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손금주 수석대변인) “적폐의 총본산인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내 의견과도 불일치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안 대표는 또 자신을 비판한 유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당의 한 중진의원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발한 것이 적폐에 소극적인 뜻이라며 대놓고 저를 공격했다. 또 당의 행보와 장래가 우려된다면서 제 당선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있는 존재가 아니다”며 “저의 당선이 비정상이라면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보고 있다는 건데,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비정상은 또 있다”며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이라는 묘한 이름의 비방격문이 있다는데 정체와 의도가 비정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들은 제가 ‘MB(이명박) 구속수사’를 반대한다고 규정하고 공격을 하는데, 저는 적폐청산 구호를 앞세워 분위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엄정한 증거를 들이대고 법과 절차대로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몰아가기 정치가 아닌 사법적 소추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규정한 ‘비정상’ 발언들이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호남 의원들에게서 나온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런 비정상 언급들 속에는 늘 전가의 보도처럼 ‘호남민심’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가 듣는 호남 지지자의 목소리는 ‘국민의당이 더욱 강해져서 집권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민주당 들러리 서는 역할을 하다 소멸하라고 요구하는 건,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글 말미에는 “특정인 극렬 지지세력의 온라인 여론농단에 눈 돌릴 여유조차 없다.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며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