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마이웨이’ 한목소리… “내 길로 가겠다”

입력 2017-11-06 15:13
국민일보 DB

바른정당 의원 9명의 집단 탈당 선언이 나왔다. 정계개편 논의는 한층 뜨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나란히 꺼내든 말은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생각을 두 사람은 공유하고 있었다.

◇ 안철수 “같이 못할 분 있더라도 그 길을 가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의 한 중진의원”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유성엽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대표는 “한 중진의원께서 대놓고 저를 공격했다”면서 “저의 (당 대표) 당선이 비정상이면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보고 계신 건데,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란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이어 “응당 가야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고 가겠다. 반패권의 길, 중도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글은 비장했다. “오래 참고 있던 몇 마디를 하려 한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 며칠 외국 방문 중에 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거 압니다. 어느 분은 제가 적폐청산을 반대한다며 '중대 결심'을 언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비방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당에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행위는 논리로나 형식으로나 정상적 문제제기의 범위를 넘는 것입니다”라고 규정했다.

또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이란 묘한 이름의 비방격문은 정체와 의도가 비정상으로 보여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단 한 가지만 반론합니다. 제가 'MB구속수사' 반대한다고 규정하고 엉뚱한 공격을 하는데, 제가 하는 말은 '적폐청산의 구호를 앞세워 분위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엄정한 증거를 들이대고 법과 절차대로 처리하라'는 것입니다. 몰아가기 정치하지 말고 사법적 소추를 하라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진의원’과 ‘비방격문’을 비정상의 언급이라고 규정한 안 대표는 이런 주장 속에 늘 전가의 보도처럼 '호남민심'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가 듣는 호남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국민의당이 더욱 강해져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되고 집권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민주당 들러리 서는 역할 하다가 소멸되라고 요구하는 건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습니다. 반패권의 길, 중도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요구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 유승민 “몇 명이 남더라도 가려 했던 길 가겠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6일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탈당을 선언하자 “(바른정당에) 몇 명이 남더라도 가고자 했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당이 쪼개지고 국회 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해도 ‘개혁 보수’의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유 의원은 “지금은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합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 9명이 오전 10시 탈당을 선언하자 유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태경 최고위원, 정문헌 전 사무총장, 김상민 사무총장 등과 긴급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났다. 탈당 사태에 그가 내놓은 첫 발언은 “안타깝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아쉽다”였다.

- 탈당에 대한 생각이나 소회는.
“오늘 탈당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그런 탈당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끝까지 바른정당을 같이 지키지 못하고 자유한국당으로 가시겠다는 분들에 대해서 이해는 못하지만 아쉽게 생각합니다.”

- 전당대회 후보들도 일부 사퇴했는데.
“나머지 네 사람이 회의를 했고 오늘 오후 2시 TV토론을 포함해 전당대회는 그대로 치르는 게 맞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못하게 된 부분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교섭단체는 탈당계 제출하는 순간 깨질 거고요. 각오했던 일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당을 지키고, 최대한 많이 남을 수 있도록 설득 중입니다. 저희들이 당을 지키고 또 우리 사무처 식구들 문제가 있는데, 사무처 식구들도 최대한 설득해서 같이 당을 지키자고 그렇게 호소하겠습니다.”

- 남아 있는 11명 의원들과 회동할 계획은.
“남은 11분 의원들이, 오늘은 모르겠습니다만, 빠른 시간 안에 모여서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기회를 가지려 합니다.”

- 추가 탈당 우려도 있다.
“최대한 설득하고 있습니다.”

- 김무성 의원과 입맞춤한 사진이 갑자기 회자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 함께 창당하고 결별하게 되었는데 그 소회는.
“예, 같이 작년에 탈당할 때, 저는 새누리당에 남아 끝까지 계획을 해보려고 했던 사람이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이 작년에 제일 먼저 탈당하셨던 분들입니다. 끝까지,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 그 초심을 끝까지 같이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또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 당 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단 남은 사람들 마음을 합치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그래서 11분 의원들, 원외 당협위원장 중 당을 지키겠다는 분들, 우리 사무처 식구들, 하여튼 남는 식구들이 최대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그런 흐름을 통해서 저는 몇 명이 남더라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 그 길로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향후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유 의원은 “그 부분은 지금 말할 게 전혀 없다”며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보수정치의 길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나중에 헤쳐모여식으로 통합을 하는 게 옳은 통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