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련 “언론사 대학평가, 즉각 중단하라”

입력 2017-11-06 13:45
서교련이 언론사의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 발표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교련 창립총회 및 정책포럼 모습. 서교련 제공

서울소재대학 교수회연합회(서교련)가 6일 언론사가 매년 실시하는 대학평가 발표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서교련은 고려대, 경희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 9개 대학 교수회로 결성된 사단법인으로, 향후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이 추가로 가입할 예정이다.

서교련은 성명에서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운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협력과 공생의 학문 공동체여야 할 대학 사회의 자생적 뿌리를 말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도 그 동안 평가 순위표에서 이름이 빠지면 예상되는 불이익이나 사회적 관심이 망각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교련은 대학 구성원 중 누구도 현행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쟁과 우열만이 대학의 최고 가치로 되고 있는 현실로 변했고, 대학의 다양한 학문은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교련은 ‘대학평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김으로써 각 대학은 순위 상승을 위한 재정과 정책에 집중하는 폐단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데 우려하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설립 이념과 규모, 지역 특성과 문화에 맞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창학 이념을 실현해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학문적 생태계를 형성할 평가가 아닌 서열화를 위한 평가에 반대하며 각 대학들도 이에 전면적으로 거부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재우 기자

다음은 서교련의 입장 전문이다.

1)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대학 운영 전반을 왜곡시키고 있다.

- 대학은 언론사 대학평가로 인하여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지표 관리 중심의 천편일률적 운영으로 왜곡되고 있다.

- 대학은 설립 목적, 운영 체계, 규모,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이 획일적 기준의 평가 지표 중심으로 인적·물적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학은 다양화?특성화의 방향보다는 획일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 대학은 평가순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불필요한 재정 출혈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교원 및 직원의 임금과 복지 악화,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지표와 무관한 독립적 학문 분야나 학생 자치활동 및 대학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2)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평가지표의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다.

- 모든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지표의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다. 공정하고 정당한 좋은 평가는 현재 대학의 객관적 상황을 투명하게 알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토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언론사 대학평가는 공정성?타당성?신뢰성이 매우 결여되어 있으며,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하는 기능만 남아 있다.

- 언론사 평가기관이 기존 대학정보 공시 내용에 지표별 가중치를 두어 순위를 매기는 것은 각 대학의 객관적 상황을 왜곡하고 불공정 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해마다 지표별 가중치나 계산식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지표 변경은 평가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적 공개가 지난 뒤에 지표 계산식을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 평가에서는 이미 지난 실적에 대해서 당해 연도에 평가 지침을 제시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하여 대학 순위를 매기고 있다. 예컨대 2017년의 경우 창업교육 비율과 교원 확보율은 불과 발표 약 1주일 전에 지표 계산식으로 변경하였다.

- 대학의 현실을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평가지표는 평가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저하시키고 대학의 개혁을 왜곡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논문 편수, 연구비 수주액, 피인용 지수, 교수 당 학생 수, 장학금 규모, 유학생 수, 국제화 지표, 평판도 등 정량적 기준의 산출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 대학교육은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배움의 과정과 현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학의 수월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성 있고 공정한 사회적 평가 기구의 구성과 타당성 있는 평가지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진정한 대학평가는 정량적으로 자료 수집이 용이한 재정, 인원, 연구실적 등 일률적으로 정해진 지표가 아니고 대학의 공공성과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지표에 의하여 대학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여야 한다.

-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대학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면 시민사회에서는 대학의 정보 개방성과 투명성에 대해 검증하는 것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다. 이제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은 세계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학의 본질과 설립 목적에 충실한 평가 기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