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의 태생적 한계… 개혁보수, 초라한 분열

입력 2017-11-06 11:42 수정 2017-11-06 11:44


지난 1월 바른정당이 창당한 뒤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김무성 의원이 저녁 늦게 가까운 소속 의원들과 서울 방배동의 한식집을 찾았다. 늦은 식사에 한 잔 곁들이려는 거였는데, 같은 당 의원 몇몇이 먼저 그 식당에 모여 앉아 있었다. 우연한 만남에 ‘합석’하자는 제안이 오갔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6일 “김무성 의원이 나타나자 먼저 와 있던 의원들이 조금 있다가 하나둘 자리를 떴다. 결국 김 의원과 함께 간 이들만 그 식당에 남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야 이렇게 예상치 못한 조우가 일상화돼 있지만 여의도를 벗어난 곳에서 같은 당 의원 여럿이 ‘우연히’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반가울 법한 자리가 ‘불편했던’ 까닭을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리를 뜬 의원들은 모두 유승민계였다.”

◇ 2015년 7월의 ‘정치적 숙청’ 이후…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사이가 좋지 않다.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이던 2015년 유승민 의원은 같은 당 원내대표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쳤다. ‘배신자’로 낙인찍어 물러나게 할 때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만나 끌어안으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노”라고 했다.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이 소원해진 과정을 거슬러 올라갈 때 이 사건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김무성 의원은 당 대표 자리를 지키고, 유승민 의원은 권력자 눈 밖에 나서 허허벌판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갈등의 단초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근원적인 생각과 성격, 정치 스타일의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무성-유승민’ 균열의 시점이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숙청을 당한 2015년 7월이다.

유 의원은 이후 총선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휘말리고 새누리당이 쪼개질 때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뜻을 같이했다.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을 규합해 ‘개혁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1월 24일 창당대회를 가진 바른정당은 한때 의석수가 33석이었지만, 지난 5월 집단탈당 사태(13명)로 국회교섭단체 지위를 간신히 유지하는 20석이 됐다.

대선 직전의 집단탈당은 유승민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자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은 김무성 의원과의 문제도 촉발했다. 바른정당을 대표하는 중진이자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유 후보가 고전할 때 일주일씩 선거유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의원들부터 바른정당 탈당 및 한국당 복당 움직임이 구체화됐을 때 ‘김무성도 장고 중’이란 분석기사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무성 의원은 당을 떠나지 않고 선거 막바지 유세 현장에 복귀하며 ‘유승민 지지’를 호소했지만 대선후보 입장에서 ‘나 홀로 유세’를 벌여야 했던 유 후보에겐 큰 타격이 됐다.



◇‘노룩 키스’까지 했지만… 피하지 못한 분열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지난 9월 10일 소속 의원 만찬회동에서 ‘입맞춤’을 한 것은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혜훈 당대표가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취임 74일만에 자진사퇴한 직후였다. 사실상 당 최대주주인 유 의원과 김 의원이 의기투합한 장면을 연출하며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벤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보수통합을 주장해온 김 의원과 자강론을 주장한 유 의원 간 교집합을 찾기 어려웠다. 만찬 회동 당시에도 ‘유승민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파들이 이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사당(私黨)’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한다.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던 바른정당은 결국 ‘유승민 비대위’ 대신 11월 조기 전당대회(당원대표자회의)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내홍을 거듭하던 바른정당은 결국 분당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의원 9명이 6일 집단 탈당을 선언하면서 바른정당 의석은 11석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창당 이후 33석까지 늘어났던 의석이 3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남아있다.

바른정당이 표방했던 개혁보수의 명분을 얻기도 쉽지 않다. 김 의원 등 통합파들은 탈당 선언문에서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며 사실상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내걸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상황에서 바른정당에 남은 유 의원의 자강론이 힘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한계를 노출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