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직장 잘린 인간이 제 신랑입니다” 아내가 올린 글

입력 2017-11-06 11:00 수정 2017-11-06 15:12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인테리어 가구업체 한샘이 직장 내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2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성추행으로 직장 잘린 인간이 제 신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의 남편이 한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혼2년차 33살 동갑부부라고 밝힌 A씨는 “신랑이 직장내 성추행으로 회사를 잘렸다. 수치스럽고, 창피하다. 이런 일로 글을 남길 거라고는 예상 하지 못했다”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A씨는 남편에 대해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복지 좋고 탄탄한 회사에서 5년동안 일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나보다 일찍 집에 와있거나 늦게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시내를 지나가는데 PC방과 당구장이 있는 어느 상가에서 자신의 남편과 마주쳤다며 연락이 왔던것. A씨는 “신랑에게 물어보려다가 며칠 뒤에 연차내고 신랑 뒤를 쫒았다”면서 “차마 회사에는 직접 전화하지 못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직감에 두려웠다”고 했다.

결국 남편은 A씨에게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세상 참 쉽게 산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아 며칠간 말을 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득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퇴직금이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나한테 말도 못하고 마음 졸였을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얼마후 A씨는 친정엄마와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신랑과 친했던 회사 직원과 마주쳤다. A씨는 결혼식에도 왔던 그 직원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자신과 마주친 그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무엇을 숨기는 것 마냥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고 했다. 

찜찜함이 가시지 않은 A씨는 신랑 전 직장에 전화를 했다. 그는 “‘신랑이 회사를 무슨 이유에서 그만둔 건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 당황함이 전화기 너머로 다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A씨는 조기 퇴근을 하고 남편의 회사를 찾아갔다.

회사에 도착한 A씨는 영화관에서 마주쳤던 그 직원을 찾고 있었다. 이때 어떤 여직원 한명이 다가와 굉장히 화난 듯한 표정과 불친절한 말투로 A씨를 따라오라고 했다. 이어 A씨에게 A4용지를 쥐어주며 “읽어보고 묻고 싶은게 있거든 전화하라”며 명함을 줬다. 

A씨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건네 받은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A4 용지에는 신랑이 여직원들에게 했던 언행과 행동들이 적혀있었다. 정말 소름끼치는 성추행들과 성적인 발언들을 일삼았고 그로인해 고소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가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눈물도 안 나왔다. (성추행 당한 여자분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여직원에게 ‘남편이 몇날 며칠을 무릎 꿇고 회사 나갈 테니 '고소는 하지말아 달라'고 빌어서 고소는 안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의 남편은 3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왜 이런 인간 때문에 어디 말하지도 못할 쪽팔림을 경험해야 하는 건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변사람들한테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고 한탄했다. 

집으로 들어온 남편은 A씨 앞에 무릎을 꿇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을 향해 A씨는 “너같이 더러운 게 어디 나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했느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A씨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시댁의 반응이었다. A씨는 “성폭행 한 것도 아닌데 한번 눈감고 살아라”는 시어머니 말에 A씨는 “시누이가 성추행 당하거든 성폭행 당한 것도 아닌데 참고 살으라고 해라”고 말했다가 뺨을 맞았다고 했다. 

A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집값의 반을 주면 이혼하겠다고 한다”면서 “회사 연차내고 친정 엄마랑 제주도에서 며칠 쉬다왔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진짜 끝을 내기 위해서”라며 글을 맺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