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기난사’ 유가족의 이야기…“함께 교회 가는 날이었는데”

입력 2017-11-06 10:09
AP뉴시스

텍사스 총기난사가 벌어진 5일(현지시간) 케리 마툴라는 서덜랜드 스프링스 침례교회 앞에서 한 여성을 끌어안았다. 마툴라는 그가 일하던 곳과 인접한 주유소 근처에서 총소리를 듣고는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미 공군을 제대한 26세 백인 남성 데빈 패트릭 켈리로 알려진 용의자는 사건 당일 검은색 의상에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텍사스주의 작은 침례교회 밖에서부터 총을 쏘아댄 그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총을 쏘며 최소 26명을 사살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에보트는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사망자 중에는 임산부와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최소 26명의 사망자 외에도 20명의 부상자가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23명은 교회 안에서 사망했고, 2명은 교회 밖에서, 나머지 한 명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사상자들의 나이는 최소 5세에서 72세까지 다양하다.

용의자 데빈 패트릭 켈리는 텍사스주 남부에 있는 도시 샌 안토니오의 코멀 카운티 출신이다. 사건 관계자들은 “교회에 들어가 사람들을 쏘더니 달아났다”며 용의자가 서덜랜드 스피링스 북동쪽인 과달라페 카운티로 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의자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윌슨 카운티 위원 알버트 가메즈 주니어는 “경찰에 사살당한 것인지, 자살을 택한 건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CNN에 “서덜랜드 스피링스는 아주 작고 서로 친밀하게 지내는 지역사회”라며 “이런 참사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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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목조 건물로 입구에 두 개의 문을 갖춘 침례교회는 사건이 일어난 뒤 노랑색 테이프로 둘러 쌓여 있었다. 서덜랜드 스프링스는 2000년 362명의 인구가 집계될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인구의 7%가 사망했다.

사건 당일 프랭크 포메로이 목사는 기타 연주자 2명과 가수를 앞세워 설교를 시작했고 목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어린아이들이 긴 의자 사이를 뛰어다니고 기어오르는 등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AP뉴시스) 총기난사 후 한 여성이 남성과 함께 사건이 일어난 서덜랜드 스프링스 침례교회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스콧 홀콤브와 사라 슬라빈은 뉴욕타임즈에 그들의 부모님이 이번 총기난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덜랜드 스프링스에서 15마일(약 24㎞) 정도 떨어져 있는 플로레스빌의 코넬리 추도 의료 센터에서 오열하던 스콧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고, 교회에서 설교하길 좋아하시는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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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주민인 샌드 워드는 일요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며느리와 세 명의 손주들이 사살됐다고 전했다. 5살이던 손자는 총알을 4번이나 맞아 병원으로 즉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워드는 “나도 그날 교회에 갔어야 했지만 무릎과 엉덩이 통증으로 가지 못했다”며 “사건을 통보받은 뒤에는 집에서 기도했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서덜랜드 스프링스에서 5마일(9.6㎞)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조셉 실비아(49)는 “경찰이 주민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실비아는 “주민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이 살아있는지부터 알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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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은 용의자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불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사건이 테러와 연계됐다는 명확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연방수사국(FBI)과 사법 관계자들이 현장에 있다”며 “일본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렉 에벗 텍사스주 주지사도 “악마 같은 행동으로 상처 입은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며 “대응 중인 사법당국에 감사를 전한다. 공공안전국(DPS)이 조만간 구체적 내용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