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8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노(NO) 트럼프’를 외치며 대규모 반미 집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집회 자제를 당부했지만 반미 집회가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20여개 단체가 결성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8일까지 ‘트럼프 오지 마라’ 행동주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반(反) 트럼프’ 행동에 돌입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옆에서 개최한 ‘NO 트럼프, NO WAR 범국민대회’를 열고 ‘전쟁위협·무기강매·통상압력 트럼프 방한 반대’ ‘대북군사압박·제재 반대’ 등을 요구했다. 진보 시민단체들도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전쟁반대 및 군사행동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인 7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6시까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가 밝힌 방한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점심 때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한 뒤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진보 시민단체 뿐 아니라 보수단체도 이날 집회를 개최한다.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 운동본부'는 7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 태극기 집회'를 진행하고,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 및 한·미 동맹 강화 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여론이 심상찮게 흘러가자 청와대는 집회 자제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해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것이 25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담긴 의미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또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온 우리의 전통”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과 우리나라가 굳건한 동맹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경력을 총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동안 서울 경찰은 갑호 비상, 경기·인천경찰은 경계강화 비상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갑호 비상이 발령되면 서울 지역 경찰 전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연차사용이 중지되고, 지휘관·참모는 모두 정위치 근무를 해야 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