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성폭행 여직원에 “사람 인생 하나 망칠 것이냐” 설득

입력 2017-11-05 07:18 수정 2017-11-05 08:11

인테리어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여직원의 사내 성추문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회사 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사건 축소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 이영식 한샘 사장이 공식 입장문에서 “본 사건과 관련해 은폐하거나 축소·왜곡하고자 하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여직원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사건 축소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의 고소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된 것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서류 검토를 한 뒤 A씨와 재고소에 대해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한샘 등에 따르면 2016년 12월 한샘에 입사한 20대 여성 A씨는 2지난 1월, 회식이 끝나고 교육담당자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A씨는 이 사건이 있기에 앞서 회사 화장실에서 동료 C씨로부터 몰래 촬영을 당했다고도 증언했다.

A씨는 회사 인사팀장인 D씨가 사건에 대해 허위진술을 요구한 후 또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도 밝혔다.


한샘은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24일 B씨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해고를 의결했다. 이틀 뒤 B씨가 재심을 청구하자 2월3일 열린 2차 인사위원회에선 A씨가 B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한 점 등을 고려해 해고 조치를 철회했다. B씨는 이후 타 부서로 옮긴 상태다.

김변호사는 “문제는 이 같은 인사위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지난 3일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려 한샘 인사팀장의 지속적인 회유와 사건 축소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글에 따르면 사건 이후 회사 인사팀과 법무팀은 A씨에게 “B씨는 널 진심으로 좋아해서 그런 것이다” “사람 인생 하나 망칠 것이냐”고 설득했다.

“내가 진술을 번복하면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A씨의 말에 인사팀장은 “B씨가 네가 회사에서 안 좋은 조치를 받을까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본인은 B씨에게 그 정도의 믿음도 없냐”고 되물었다.

인사팀장은 또 “B씨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법무팀 역시 “사람을 많이 봐서 눈빛을 보면 아는데 B씨가 정말 (A씨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정말 좋아하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인사팀장으로부터 “B씨가 이제 30대 초반인데 평생 성폭행 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인생이 망가지면 어쩌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인사팀장이 “경찰 수사가 들어오면 회사도 귀찮아진다. 남녀 둘다 해고시킨 적도 있다”며 “본인을 정말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라”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한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글 작성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이였다고 주장하며 사건 발생 전후 두 사람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해 글에 첨부했다. 본문에서 A씨는 본인, B씨는 피해자를 지칭한다. (사진캡쳐=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이 같은 회유 등에 머리가 복잡해져 당일 (진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B씨의 고소취하를 요구하는 연락이 계속 왔으며 B씨 본인이 직접 찾아와 “이걸 칼로 확”이라고 말하는 등 위협을 가한 탓에 결국 고소를 포기하게 됐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에는 현재 (한샘의) 사장이 회의를 소집해 피해자와 가족에 사과를 하겠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아직 한샘의 연락은 없는 상태”라면서 “오히려 여론이 형성되면 법무팀과 연락을 끊는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샘 성폭행 논란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육담당자”라고 자칭한 사람이 “긴 시간 고민한 끝에 왜곡된 사실에 대해 해명하고자 용기내 글을 쓴다”며 기존에 올라온 A씨의 글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기존에 글을 올린 사람은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이었고, 한달간 교육하며 서로 호감을 갖고 많은 카톡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전날 저녁 회식이 있었고 신입사원이 취한 것으로 보여 집에 데려다 주면서 숙취해소제를 사주기도 하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4일 오후 5시43분쯤 변호사를 통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교육 담당자가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