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리 돌연 사퇴…생명 위협 느껴

입력 2017-11-05 01:42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이란의 내정 장악 시도를 비난하며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하리리 총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후 사우디 알아라비야를 통한 방송연설에서 "나의 생명을 목표로 한 은밀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총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리리 총리는 아버지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암살된 2005년을 언급하며 "지금은 아버지의 암살 이전에 널리 퍼졌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피크 하리리는 2005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로 사망했다.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사건 배후라는 의혹이 일었다.

하리리 총리는 "레바논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정치적 통제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란과 그 추종세력이 아랍 국가의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뿐 아니라 다른 아랍 국가에서도 이란의 무기"라고 덧붙였다.

하리리 총리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레바논에서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 간 세력 다툼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레반트전략문제연구소 사미 나이더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하리리 총리의 사퇴 발표는 레바논 연립정부에서 헤즈볼라의 대표성을 낮추려는 목표"라며 "이란과 사우디 간 전면전 양상"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