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서울 도심 곳곳은 트럼프 반대 집회와 환영 집회로 갈렸다.
노동자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성향 2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은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인근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600여명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시민들은 ‘노 워 노 트럼프(NO WAR, NO TRUMP)’ ‘어서와 촛불은 처음이지’ 등의 내용이 실린 손팻말을 흔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충목(60)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제국주의 황제’라고 칭했다. 그는 “전쟁광·무기장사꾼·제국주의 황제가 한국에 와서 평화를 얘기하겠다는데 촛불시민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킨 촛불 시민이 트럼프가 방한하는 7일 광화문에서 모이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트럼프의 방한이 한반도의 평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활동가 이모(22)씨는 “트럼프의 첫 방한 일정부터 평화와는 거리가 먼 평택 미군기지 방문”이라며 “한반도에서 남북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트럼프의 방한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과 이주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성해온 트럼프의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양모(21·여)씨는 “트럼프는 공인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무게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며 “여성혐오·소수자 차별에 앞장서온 이가 국빈자격으로 온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3000명의 시민이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도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500명 규모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트럼프 반대 시위와 대조적인 내용의 손팻말이 집회 장소를 채웠다. 집회 참여자들은 ‘We love Trump' ‘We believe Trump' 등등의 손팻말을 흔들며 트럼프의 방한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