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11년 동안 굶었다. 여러분이 계속 하자고 하면 밤 새도록 할 수 있다.”
나훈아(70)가 11년 만의 단독 콘서트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 본인이 작사, 작곡한 ‘사나이 눈물’을 부르며 회한에 젖었다.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무대에 오른 나훈아는 우리나라 첫 창작동요인 윤극영의 ‘반달’을 시작으로 40분간 말 없이 내리 10곡을 불렀다. 그리고 자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곡이라며 ‘예끼 이 사람’를 노래했다.
40분간 이어진 열창이 한차례 끝나고 마침내 나훈아는 입을 열었다. “얼굴 찡그리고 살기에는 인생이 짧다. 확실하게 뭘 잘 못 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을 담고 공연을 하기에는 짧다”면서 “여러분이 괜찮다고 하시면 미안한 마음은 구석에 쳐박아 놓고, 얼굴을 두껍게 하고 공연하겠다”고 했다.
이어 “노래를 11년 굶었다. 여러분이 계속 하자고 하면 밤새도록 할 수 있다”며 노래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공연 중간에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한 북한 김정남의 얼굴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나훈아는 김정남이 평소 자신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즐겨 불렀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는 노래밖에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 근데 이 사람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라며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불렀다.
나훈아의 열정은 공연장의 열기로 이어졌고, 3000명의 중장년층 관객은 ‘고향역'과 ‘건배'를 목놓아 함께 열창했다.
나훈아는 가수 51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인기와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새 음반 ‘드림 어게인’이 발표된 후 첫 콘서트라서 더 큰 관심이 집중됐다.
전국 투어 콘서트 티켓이 오픈 10여분 만에 매진된 바 있다. 나훈아의 서울 공연(11월 3∼5일)은 오전 10시 예매가 시작된 지 7분, 부산 공연(11월 24∼26일)은 12분, 대구 공연(12월 15∼17일)은 1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나훈아의 ‘드림 콘서트’는 2006년 열린 데뷔 40주년 콘서트 이후 11년 만의 공연으로 3개 도시에서 총 3만명이 관람하게 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