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실상 출당시켰다.
홍 대표는 3일 당 윤리위원회 징계안, 최고위원회 보고 내용을 확인한 뒤 오후 6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당이란 멍에를 벗어나야 한다”며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당 ‘1호 당원’이다.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는 가장 먼저 부여받았던 당적을 박탈당했다.
홍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한 점을 강조했다. 당 윤리위원회 규정 21조 3항은 ‘당원이 탈당권유 징계의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대표는 ‘당적 정리’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출당됐다.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앞서 강효상 대변인은 오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당 대표의 권한인 만큼 최고위원들의 위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태흠 최고위원 한 명이 (박 전 대통령 제명은) 의결사안이라고 말했지만, 반대 입장보다 어떤 형태든 의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제명이 확정됐느냐’는 질문을 받고 “예단할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오후 2시30분쯤 페이스북에 “當斷不斷 反受其亂(당단부단 반수기란)”이라는 고사를 적어 의중을 밝히기도 했다. ‘당연한 처단을 주저해 실행하지 않으면 훗날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2012년 2월 13일 한나라당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1호 당원’으로 입적했다. 이로부터 5년 9개월여 만에 당에서 쫓겨난 신세로 전락했다. 당명을 다시 바꿔 한국당을 출범한 지난 2월 8일로부터 269일, 헌법재판소 판결로 파면된 지난 3월 10일로부터 239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실상 출당으로 바른정당 내 보수통합파 의원들의 한국당 합류 가능성은 높아졌다. 다만 한국당의 내홍이 심화될 경우 홍 대표의 ‘보수 부분통합’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계 의원들의 징계안도 앞으로 논의될 예정이어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