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닌텐도 스위치에 거는 2가지 기대

입력 2017-11-03 16:46 수정 2017-11-03 17:26
닌텐도 홈페이지

‘닌텐도 스위치’는 일본 게임사 닌텐도의 신작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비디오게임 콘솔을 결합해 세계 게임시장에 ‘태풍’을 일으켰다. 일본 등 8개월 앞서 출시된 일부 국가에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닌텐도 스위치는 3일 우리나라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해 시판을 앞두고 있다. 정식 판매 예정일은 다음달 1일이다.

1. 닌텐도 스위치는 무엇인가

닌텐도는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화투짝을 만들어 팔던 점포였다. 20세기 들어 카드와 완구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임시장에 뛰어든 시기는 1980년대. 1983년 출시한 비디오게임 콘솔 ‘패미콤’과 1985년 개발한 횡스크롤게임 ‘슈퍼마리오’는 닌텐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한 대표작이다. 1970, 80년대 출생자를 통칭하는 수식어의 하나로 ‘닌텐도 세대’가 사용될 정도로 이 회사는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시장은 TV 화면에 머물지 않았다. 컴퓨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재편됐다. 닌텐도는 이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시장을, 미국이 컴퓨터게임 시장을, 중국이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동안 닌텐도는 비디오게임을 고집했다. 게임시장에서 입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닌텐도는 활동성을 높인 ‘위(Wii)’ 휴대용 ‘디에스(DS)’를 개발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과거의 제왕적 명성을 되돌릴 수 없었다.

닌텐도 스위치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비디오게임 콘솔로는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와 경계를 허물었다. 모바일 디바이스란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를 말한다. 이용환경을 변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게임기에 ‘스위치(Switch)’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용자는 TV‧테이블‧휴대용 등 3가지 이용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실외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하고 실내에서 가정용 콘솔과 결합해 TV 등 대형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2. 첫 번째 기대: ‘오토 양산’ 모바일게임 시장에 경고할까

모바일게임 시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문화콘텐츠 업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2014년 2조9136억원에서 지난해 3조8905억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2년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추산치는 4조2356억원. 내년 매출액은 4조4560억원으로 예상된다. 애플‧구글 앱스토어의 경우 지난 9월 업데이트에서 게임을 별도의 항목으로 신설했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게임 이용량이 다른 어느 애플리케이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실하고 획일적인 콘텐츠만 양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앱스토어 매출 성적 상위권을 장악한 ‘대규모 다중 이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은 캐릭터 육성에만 초점을 맞춘 ‘자동 조작’ 방식으로 개발됐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오토(Auto)’로 불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 시절의 원작과 비교하면 몰입감은커녕 게임성마저 희박하다. 이용자 역시 게임의 재미를 직접 탐색하지 않고 자동 조작 기능을 실행해 방치하면서 레벨 성장 및 아이템 수확의 정도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MMORPG는 분기별 매출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만큼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줄거리의 세계관이나 게임성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온라인게임의 중요한 흥행 요소 중 하나인 ‘길드’(이용자 커뮤니티)가 모바일게임에서 횡행하지 않는 이유도 ‘오토’에서 찾을 수 있다. 이용자의 직접적인 조작이 필요한 슈팅‧레이싱‧스포츠게임마저 유사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상품명과 도안만 다를 뿐 게임의 전개 방식은 천편일률적이다.

부실한 상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수밖에 없다. 현재 활황인 모바일게임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닌텐도 스위치에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하고 충실한 콘텐츠를 요구하는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서다. 닌텐도 스위치는 비디오게임의 연장선에 있어 모바일게임과 분야가 다르지만 ‘오토’에 질린 이용자에겐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 이용자는 TV, 컴퓨터, 스마트폰 순으로 이동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 새로운 이용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됐다.

이와타 사토루 전 닌텐도 사장. AP뉴시스

3. 두 번째 기대: ‘충실한 콘텐츠로 성공’ 사례 남길까

닌텐도가 게임시장 재편 과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원인 중 하나는 ‘자만’이었다. 닌텐도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했다. 슈퍼마리오는 물론 ‘포켓몬’ ‘젤다의 전설’ 등 유명 게임들이 모두 닌텐도 콘텐츠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보다 자사의 게임기와 콘텐츠를 개선해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닌텐도 위‧디에스를 더 이상 새롭게 느끼지 않았다. 게임기 판매량 감소는 자연스럽게 콘텐츠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임시장의 새로운 소비자인 1990, 2000년대 출생자에게 슈퍼마리오는 ‘닌텐도 세대’의 추억거리에 불과했다. 모바일게임으로 뒤늦게 개발한 슈퍼마리오는 참패로 돌아왔다.

성공한 모바일게임은 ‘포켓몬고’ 정도였다. 이마저 증강현실(AR)에 대한 흥미 감소로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비디오게임 콘솔을 결합한 닌텐도 스위치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시장이 이동한 2010년 전후의 실패마저 경험으로 삼은 이 회사의 고민이 담긴 산물로 볼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앞서 지난 3월 3일 일본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먼저 출시됐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와 동시에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닌텐도 스위치는 동이 났다. 유럽에서는 가장 빠르게 품절된 비디오게임으로 기록됐다.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다양하고 충실하게 개발한 콘텐츠가 새 시대에 적합한 이용환경을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2015년 7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일본 게임시장의 ‘거장’ 이와타 사토루 전 닌텐도 사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공을 들인 유작이라는 점은 한동안 조이패드와 조이스틱을 손에서 내려놓았던 ‘닌텐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닌텐도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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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