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의 40억원대 특수활동비 상납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온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 작전'을 들고 나왔다.
장제원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대변인은 3일 국회 브리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3억원을 받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검찰은 당시 권 여사에게 흘러간 3억원의 실체를 밝히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권 여사에게 흘러들어간 3억원은 정 전 비서관이 보관하던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비자금으로 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대통령 일가의 생활비로 쓰인 전대미문의 적폐이자 농단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노무현정부에 이어 김대중정부도 겨냥했다. 그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소속 김옥두 전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부인 윤영자씨가 2001년 경기도 성남 분당 파크뷰 아파트 3채에 대한 분양금 1억3000만원을 납부했는데 이중 10만원짜리 자기 앞 수표 17장이 국정원 계좌에서 발행됐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돌린 떡값을 분양 대금으로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 대변인은 당시 국정원은 김대중정부 들어 떡값을 돌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정치 비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국정원 자금의 정치권 유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누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수사를 막았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 중의 한 명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정원 돈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할 때 돈을 전달하거나 사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직접 전달 받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뇌물을 수수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은 또 한 번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