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바꿀 수 있는 꿈… 23·24화 해부하기

입력 2017-11-03 13:49 수정 2017-11-03 13:57
사진=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방송 캡쳐

2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다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날 방송에서는 문태민 사건을 해결하는 재찬, 홍주, 우탁의 모습이 그려졌다.


◇ 끝까지 속이면 거짓말 아니야

정재찬(이종석 분)은 재판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느려 터진 거북이가 토끼 잡는 기분”이라는 재찬의 말에 남홍주(배수지 분)는 “장기이식 수술도 잘 끝나고 당신은 재판에서 그 범인 감옥에 넣는다”는 꿈 내용을 말해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는 재찬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그 시각 이지광(민성욱 분) 검사는 손우주(배해선 분) 검사에게 “정 프로가 장기적출 승인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렸다. 이환은 결국 사망했고, 찬호는 신장 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환의 아버지는 “나는 우리 환이 꿈을 망친 인간 용서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였고, 옆에 있던 재찬은 “재판에서 꼭 유죄 받아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편 한우탁(정해인 분)의 차를 얻어 타고 출근하던 홍주는 우탁에게 “이번 재판 꿈 안 꿨느냐”고 물었다. 우탁은 아직 꾸지 않은 상태. “재찬씨 유죄 받아내는 꿈 꿨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우탁에게 홍주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우탁은 그런 홍주를 “끝까지 속이면 거짓말 아니다”라고 말해주며 다독였다.


◇ 살인마 소리 들을 만도 하지

한편 이유범(이상엽 분)은 재판과 관련해 상의하기 위해 감옥에 있는 문태민을 찾아왔다. 문태민은 유범에게 “그놈 때문에 살인마 소리를 듣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은 채 불평을 해댔다. 그러자 유범은 “살인마 소리 들을 만하지”라 말해 문태민을 당황시켰다. 그리고 “작가님이 목 조른 다음 그 불쌍한 조교를 엘리베이터 통로로 밀어 넣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살인마지”라 말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기가 죽은 문태민이 “무죄 만들어준다지 않았느냐”라며 소심하게 항의하자 유범은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본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잊지는 말라. 그래야 이 비싼 수임료가 안 아까울 테니”라는 말을 남겼다.

그 시각 형사 3부 검사실은 기소 방법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살인죄로 기소하면 조건이 까다로워 오히려 무죄받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 신희민(고성희 분)은 상해치사나 폭행치사로 선회하는 방법을 추천했지만 재찬은 “무조건 살인으로 공소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증인을 거부합니다

그날 재판에서 유범은 유일한 목격자인 아이를 증인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만 4년 9개월이라는 어린 나이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살인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이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다음 재판에서 아이의 진술을 받아내야 하는 재찬은 우탁에게 지구대에서는 어떻게 목격담을 말하게 했는지 물었다. 우탁은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춰 정서적 교감으로 대화했더니 진술했다”고 말하며 귀여운 말투와 몸짓으로 시범을 보였다. 재찬은 난색을 표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반짇고리를 찾던 홍주는 엄마 윤문선(나영희 분)의 서랍장에서 재찬이 줬던,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반지를 발견했다. “왜 숨겼느냐” 그리고 “요즘 왜 자꾸 재찬이한테 쌀쌀맞게 구느냐”는 홍주의 물음에 “난 이제 겨우 네 아버지 일 잊어 가는데 정 검사만 보면 그때 일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속이 어떤지 보인다”며 “앞으로 계속 자책하면서 곪고 터질 것” “난 네가 정 검사 만나면서 또 마음 다칠까봐 겁나고 걱정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홍주는 “난 정말 괜찮다. 그 사람 때문에 좋고 행복하다”면서 엄마를 안심시켰고, “그러니까 재찬이 좋아해주고 예뻐해달라”고 부탁했다.


◇ 저 아저씨가 형을 엘리베이터 아래로 밀어버렸어요

다음 재판이 열렸고, 증인 신문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아직 어린 관계로 보호자와 동석했고, 다른 방에서 방송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낯선 환경에 겁을 먹은 아이는 “경찰 아저씨한테 해준 얘기 다시 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을 거부했다. 아이가 진정되면 다시 시작하자는 판사의 말에 유범은 “저는 사건 관련 질문이 아니라 가능하다”며 반대신문을 시작했다. “너무 무섭지 않느냐”며 아이와 대화를 시작한 유범은 “몇 번 버스 타고 왔느냐”고 질문했다. 아이는 “6번”이라 대답했지만 아이 엄마의 답은 달랐다.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대충 둘러댄 것이었다. 이로써 유범은 증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게 됐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재찬은 “정신적 교감을 위해 재판 용어를 쓰지 않고 신문하겠다”고 요청했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숨을 크게 들이쉰 재찬은 유치원 선생님같은 말투로 신문 아닌 신문을 시작했다. 아이가 산타할아버지 친구를 좋아한다는 우탁의 조언이 생각난 재찬은 “나는 산타할아버지 친구”라 말하며 아이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지구대에서 아이가 그렸던 그림을 보여주며 “이 아저씨가 이 형한테 한 말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밀면서 취했냐고, 주사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아이의 진술은 이환의 휴대전화에 담긴 녹취록 내용과 일치했다. “그러면 이 형이 아저씨한테 한 말도 기억나느냐”는 질문에도 “구두 닦는 거 배웠다고 했다”며 녹취록과 동일한 진술을 했다. 재찬은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아이는 “아저씨가 엘리베이터 문을 쾅쾅 밀어서 형을 엘리베이터 아래로 밀어버렸다”는 결정적 증언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 법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이윽고 마지막 재판 날이 됐다. 비가 세차게 내렸고, 그날 재판에 유범은 홍주의 꿈에 등장했던 초록색 우산을 들고 왔다.

한편 피고인 측이 부검의 신문을 요청했고, 아들이 장기 이식을 받게 도와준 재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손 검사는 신문을 자청했다. 부검의는 “뇌출혈과 복부 출혈 외에는 이상이 없었고 장기가 깨끗했다. 그래서 장기이식을 해도 부검에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손 검사는 “혹시 장기 이식으로 부검의 결과가 바뀌거나 오염될 수 없느냐”는 말로 유범이 할 질문을 미리 해 선수를 쳤다. 증인은 “갑상연골 골절이었는데 이는 성대를 감싸고 있는 부위로 누군가 목을 조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추락사로 인한 골절이 아님을 분명히 대답했다. 모든 증거가 죄를 증명하는 상황, 재찬은 살인죄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곧 유범의 최후 진술이 시작됐다. 유범은 “5살 아이의 증언, 장기기증 이후 부검. 이들은 모두 불완전한 증거”라 말하며 “과연 피고인 문태민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까”라는 말로 불안감을 형성했다. 이어 “9시간 뒤 심장이 정지했고, 형법은 심장사만 사망으로 인정한다”며 이환이 뇌사에 빠진 후 심폐가 정지하지 않은 시점에 장기이식 수술로 심장이 정지한 것을 트집잡았다. 그리고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은 피고인이 아닌 의사”라며 “법적으로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동이 아닌 장기이식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는 궤변으로 살인에 대한 무죄를 주장했다. 법정은 술렁였고, 환의 아버지는 분노했다.


홍주는 서둘러 이성을 잃은 환의 아버지와 밖으로 나갔고, 재판장은 검찰에 추가 진술할 것이 있는지 물었다. 재찬은 “변호인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의 아버지는 자책을 하고 계실 것”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재찬의 말대로 환의 아버지는 “좋은 일을 하려 했는데 독이 됐다, 장기기증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며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었다. 재찬은 이내 묵직한 한 마디를 던졌다. “법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재찬은 진술을 이어갔다. “피고인 때문에 피해자는 뇌사에 빠졌다. 장기이식이 없었더라도 며칠 뒤 심장사로 사망했을 것”이라며 “여기서 장기이식이라는 과정이 끼어들었다고 해서 피고인의 죄가 없어지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사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빼보면 된다”며 “피고인을 뺀다면 피해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단지 판례들이 심장사를 사망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 결정 어디에도 정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줬던 피해자와 유족의 결정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사실 역시 각인시켰다. 재찬은 마지막 말로 추가 진술을 마쳤다. “부디 ‘정의가 강물처럼’이라는 법언이 이 법정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 부디 설렌 하루였기를

재찬은 승소했다. 문태민은 살인죄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승소 기념으로 재찬은 지광의 슈퍼카를 빌려 홍주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 바닷가에서 재찬은 “거짓말 한 거 다 안다”는 말로 홍주를 놀라게 했다. “알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느냐”는 홍주의 물음에는 “재판에서 이기는 것도, 바다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라며 웃어보였다.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재찬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앞날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축복이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축복은 선물의 설렘을 앗아가고, 도전의 의지를 꺾어버리고, 희망의 불씨를 꺼버린다.” “버꿀 수 없는 미래, 정해져 있는 앞날” “내가 선물한 이 바다가 그 허무한 반복의 쉼터가 됐기를, 부디 설렌 하루였기를”이라는 말로 재찬은 말을 끝맺었다.


이날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8.6%의 시청률로 종영한 MBC ‘병원선’과 동일한 기록으로 1위에 올라섰다. KBS2 ‘매드독’은 5.6%를 기록했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