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터널 유가족 "사고 전 아이에게 전화걸어 비명만"

입력 2017-11-03 07:59 수정 2017-11-03 09:56

지난 2일 경남 창원터널 앞 도로에서 윤활유통 폭발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유가족이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통해 사고당시 순간을 증언했다. 

이날 오후 1시 23분쯤 경남 창원시 창원-김해 간 도로 창원 방향 창원터널 관리소 앞에서 엔진오일을 실은 5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화물차에 실렸던 드럼통 가운데 35개가 반대편 차로를 달리던 차량 위로 떨어져 폭발 화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76)와 스파크 탑승자 배모(23)씨, 모닝 탑승자 유모(55)씨 등이 숨졌다. 부상자 5명은 창원시내 화상전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나이와 성별 등 인적 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했다.

이날 폭발사고로 숨진 한 피해자는 숨지기 전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인의 유족은 SBS에 “아이가 (그러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더래요”라며 “그런데 전화에서 말은 안하고 비명만 ‘와’ 하다가 전화가 끊겼다고 합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배모 씨는 3개월 전 정규직에 취직했다. 배 씨의 이모부는 동아일보에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조카였다”고 말했다. 이모부는 취직이 어려운 때에 임시직으로 일하다 큰 회사 정규직으로 취직한 조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배 씨가 운전하던 차량은 3개월 전 직장을 먼 곳으로 옮기게 된 딸에게 어머니가 물려준 것이었다. 사고 순간 배 씨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목격자는 “도망칠 시간이 없을 만큼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보기



경찰은 화물차를 뒤따라가던 차량 운전자로부터 “사고 직전 화물차가 갑자기 지그재그로 달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사고 당시 다른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인 영상도 확보 했다. 

경찰은 관계자는 "화물차 브레이크 파열 등 제동장치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과 함께 졸음운전이나 안전운전 부주의 등이 원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면서  “운전자가 이날 실어 나른 윤활유가 위험물인지, 그리고 운반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은 없는지도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