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반세기 넘게 기다린 축제… 우주쇼처럼 빛난 휴스턴의 밤

입력 2017-11-02 17:55 수정 2017-11-02 18:01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시민들이 2일(현지시간 1일 밤) 거리에서 연고 구단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에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은 지금 축제의 밤을 보내고 있다. 230만 시민들은 연고 구단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상 첫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운전자가 경적을 울려 보행자에게 인사하고, 거리에서 만난 시민끼리 부둥켜안는 풍경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타임라인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1. 휴스턴 애스트로스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

휴스턴은 2일(현지시간 1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 원정경기에서 LA 다저스를 5대 1로 격파했다. 톱타자 조지 스프링어는 투런 홈런에 멀티히트까지 기록해 타선을 이끌었다. 그 사이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투수를 교체할 정도로 긴박하게 운용됐던 마운드에서 선발진의 찰리 모튼은 6회말 불펜으로 투입돼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시리즈 최종 전적 4승3패. 휴스턴은 1962년 창단하고 5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앞서 월드시리즈 진출 이력은 2005년이 유일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를 당하고 준우승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선 1승부터 우승까지 사상 첫 기록들을 쓸어 담고 첫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휴스턴의 승승장구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101승61패 승률 0.623으로 우승했다. 휴스턴의 승률은 내셔널리그까지 양대 리그를 통틀어 LA 다저스(0.642) 클리블랜드 인디언스(0.630)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정규리그 100승을 넘긴 팀도 이 셋뿐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부둥켜안고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주 짐 크레인. AP뉴시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투수 저스틴 벌랜더(왼쪽)와 연인인 톱모델 케이트 업튼. AP뉴시스

2. 축제 분위기 흠뻑… 우주쇼처럼 빛난 휴스턴의 밤

선수단은 원정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위닝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시민들은 집과 식당, 거리에서 환호하며 휴스턴의 밤을 밝혔다. 지역신문 휴스턴 클로니클은 호외를 찍었다. 우주와 학술자료 관련 게시물이 대부분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공식 트위터에는 이례적인 사진이 올라왔다. 응원 팻말을 들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사진이었다. NASA의 소재지는 휴스턴이다. 구단 명칭인 ‘애스트로스(Astros)’는 우주비행사를 의미한다.










3. 미국 4번째 대도시의 뒤늦은 잔치

지난해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서 휴스턴의 인구 수는 230만3000명이었다. 미국에서 뉴욕(853만8000명) 로스앤젤레스(397만6000명) 시카고(270만5000명)에 이어 네 번째 대도시다. 기준을 텍사스주로 압축하면 가장 많은 시민이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다.

많은 인구수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무엇보다 석유화학공업 및 우주산업의 중심지다.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국적 석유회사 30곳이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NASA 본부는 물론 달 착륙 등 미국의 유인 우주계획을 총괄하는 존슨 우주센터의 소재지도 휴스턴이다. 우주비행사들은 NASA와 교신할 때 ‘휴스턴’을 외친다. 이 모든 시민과 기관, 기업이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반세기 넘게 기다렸다.

4. ‘휴스턴 스트롱’ 재난의 상흔을 치유하다

휴스턴은 올여름 미국에서 가장 강력했던 허리케인 ‘하비(Harvey)’의 직격탄을 맞은 도시다. 돌풍이 마을과 거리를 초토화했고, 쉴 새 없이 쏟아진 굵은 비가 어린 아이의 키만큼 쌓였다. 하비가 상륙했던 지난 8월 30일 휴스턴 남동쪽 우량계는 49.32인치(1253㎜)를 가리켰다. 이 기록은 1978년 열대폭풍 ‘아멜리아’가 텍사스주에 남긴 최다 강우량(1220㎜)을 넘어선 수치였다. 텍사스주에서 집계된 50명 이상의 사망자 대부분이 휴스턴 시민이었다. 집을 잃고 대피한 이재민은 3만여명이었다.

휴스턴 구단 역시 재난을 피할 수 없었다.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메이저리그 일정을 소화할 수 없어 탬파베이 레이스의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홈구장을 빌리기도 했다. 재난 이후부터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했다. 그래도 가을야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 과정이 지방정부, 시민, 구단을 하나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메이저리그 기간 내내 관중석에서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을 외쳤다. 휴스턴 팬은 역경을 함께 극복하는 이웃이었다. 휴스턴의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이 모든 사람들의 의지로 빚은 산물과 같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휴스턴 애스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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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