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주문하며 영장을 반려한 지 2주 만이다. 경찰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라고 재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오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17일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 후 기존에 확보된 증거와 보완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공사비 70억원 중 30억원을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 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진그룹 시설 담당인 조모 전무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같은 혐의로 입건된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범행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고 불구속 송치키로 한 상태다.
경찰은 대기업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왔던 A업체의 세금 탈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자금 유용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7월 대한항공 등을 압수수색해 계약서와 공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고, 지난 9월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회장 사건과 별도로 A업체가 담당한 삼성 일가 자택 공사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유용된 정황도 잡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인 조 회장은 증거가 있음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염려가 있고, 조 전무는 가담 정도가 무거운 데다 증거인멸 염려도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사유도 역시 증거인멸 우려"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