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학교 탈북청소년들, 부산 동원교회 중고생들과 연합예배

입력 2017-11-02 15:40
장대현학교 탈북 청소년들이 지난 주일 부산 사직동 동원교회 중고교생들과 연합예배를 드린 후 좋은 친구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부산 청소년들과 연합예배를 드리며 우애를 다지고 한국 사회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다. 남과 북의 청소년들이 특정한 행사가 아니라 거룩한 주일에 예배를 함께 드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영·호남 최초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부산 강서구 장대현학교(교장 임창호 목사·고신대교수) 학생 20여명은 지난달 29일 부산 사직동 동원교회(서창수 목사)에서 이 교회 중고등부 학생 30여명과 연합예배를 드렸다고 2일 밝혔다.

장대현학교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이날 오전 교회에 도착했다. 양쪽 학생들은 영호남 최초로 남북 청소년들이 드리는 주일예배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따로 앉지 않고 짝을 지어 앉았다.

예배에 앞서 양쪽 학생들은 교회 중고등부 찬양단의 인도에 따라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등을 큰목소리로 함께 부르며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예배는 박상준(고3) 동원교회 중고등부 회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황재웅(고1) 부회장이 대표기도를 하고, 박 회장과 김다빈(고2) 회계가 특송을 했다. 이어 김재동 중고등부 담당목사가 ‘오직 예수’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장대현학교 학생들과 동원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이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 목사는 “탈북 학생들은 더 잘살기 위해 기회의 땅인 남쪽으로 내려왔다. 남쪽은 분명히 꿈을 이룰 수 있는 축복받은 곳이지만 아무리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같은 자녀이다.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끝까지 동행해서 영원한 복을 누리자”고 말했다.

설교가 끝나고 학생들은 박민서(고1) 서기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헌금했다. 예배는 김 목사의 축복기도로 끝났다. 예배가 끝난 뒤 양쪽 학생들은 번갈아 앞으로 나가 인사했는데 동원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장대현학교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양쪽 학생들은 1시간 동안 교회 마당에서 피구 등 체육활동을 하며 우애를 다졌다. 이어 학생들은 교회 식당으로 이동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서창수 담임목사의 축복기도를 받고 정기적으로 연합예배를 드릴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장대현학교 박철민(고2) 군은 “동원교회 친구들이 잘 대해주고 주일에 함께 예배를 드려 좋았다”며 “다음에 자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진 장대현학교 교감은 “우리 학생들이 주일에 어른들과 예배를 드렸는데 주일에 중고등부 예배는 처음이다. 오늘 예배가 좋은 경험이었고 학생들에게 자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대현학교는 2014년 통일부 인가를 받은 재단법인 북한인권과 민주화실천운동연합이 언어의 이질감과 따돌림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가르치기 위해 기숙형으로 설립했다. 정규직 교사 5명과 전·현직 교사 등 50여명이 탈북 또는 탈북한 부모가 중국에서 낳은 청소년 20여명을 가르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2014년 중학교에 이어 지난해 고교까지 학력을 인정하는 대안 위탁 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탈북학생 대안학교는 전국에 20여곳이 있으며 영호남에선 장대현학교가 처음이다. 지난 5월 전국 탈북민 3만490명 가운데 청소년(10~19세)은 3517명이며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학생을 더하면 4834명인데 초·중·고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은 2688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2146명은 집에 있거나 소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