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밸런타인데이를 뛰어넘은 일본의 '핼러윈데이 매출'이 올해도 1조2700억원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는 크리스마스 매출까지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핼러윈데이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원인을 일본 전문가들은 '싱글족의 증가'에서 찾았다. 연인과 함께하는 날로 굳어진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와 달리 핼러윈데이는 '커플'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어 젊은 독신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핼러윈데이 매출은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의 확산세와 맞물려 계속 증가할 것으로 이들은 분석했다.
일본기념일협회는 2일 올해 핼러윈 기간 매출액이 약 1305억엔(1조2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같은 시기 치러진 중의원 선거를 고려하면 상승세로 봐도 무방하다. NHK 방송은 핼러윈 축제가 열린 31일 오후 도쿄 시부야 거리에 인파가 몰려 경찰이 병력을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핼러윈데이 매출은 2012년 805억엔에 머물렀으나 매년 10% 가까이 증가해 왔다. 지난해 1345억엔으로 1340억엔이던 밸런타인데이를 추월했다. 일각에선 지금 추이가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론 현재 7000억엔 수준인 크리스마스 시장 매출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밸런타인데이 매출액은 수년째 정체 상태다.
핼러윈데이가 젊은 세대에 유독 인기인 건 ‘비연애’ 추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연인끼리 즐기는 밸런타인데이와 달리 혼자서도 무리에 섞일 수 있어서다. 2015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 중 69.8%, 여성 중 59.1%가 “교제 상대가 없다”고 답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유명 캐릭터나 인물로 분장하는 ‘코스프레’가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젊은 세대의 욕구에 부합했다고 보기도 한다.
일본에 핼러윈 문화가 정착된 건 2010년대 들어서다. 일본 기념품업체 ‘아미파’의 유지 후지이 대표는 “2010년쯤부터 전국 유치원에서 핼러윈파티가 정착된 게 (지금의 추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시라비가 1일 일본 전역 13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3%가 핼러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